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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면 병든다…스포츠 스타들, 악성 댓글과 정면승부

입력 : 2020-08-04 13:19:05 수정 : 2020-08-04 18: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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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원영 기자] ‘참을 인’도 세 번이면 병든다.

 

스포츠 스타들이 아픔을 호소한다. 도를 넘은 악성 글에 마음의 멍이 진해졌다. 지난달 31일에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여자배구선수 고유민(전 현대건설)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생전 악성 댓글에 시달리며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자신의 일기장에 “댓글 테러와 메시지 등이 한 번에 와서 멘탈이 정상이 아니다. 악플을 좀 삼가 달라”고 적기도 했다.

 

선수들이 받는 악성 글의 내용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과거 여자배구 흥국생명 이재영이 공개한 메시지를 보면 모친의 이름을 언급하며 “임신했을 때 계단에서 밀었어야 했다. 제발 죽어” 등 가족까지 겨눈, 입에 담기조차 힘든 내용이 적혀있었다.

 

감내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네티즌에게 잘못된 행동임을 인지시켜야 한다. 때로는 일벌백계를 통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프로야구 LG 오지환이 먼저 나섰다. 그의 아내인 쇼호스트 김영은 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고소를 진행 중이다. 김 씨는 “그동안 남편이 고소를 원하지 않아 참았다. 하지만 아이디를 바꿔가며 악의적인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내는 분들이 있더라”며 “‘사고 나서 죽어라’, ‘아이가 백혈병에 걸렸으면 좋겠다’ 등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메시지를 받았다. 밑도 끝도 없는 욕설을 애써 참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1000명 단위로 고소를 넣을 예정이다. 선처는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오지환의 에이전시인 플레이아데스 역시 팔을 걷어붙였다. 소속사는 “도를 넘는 비방으로 선수 및 가족이 커다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더는 방치하거나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내부적인 논의와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정식 대응하겠다. 욕설,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명의 모용(사칭) 등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적극적인 법률적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정 선수 및 가족을 비방하는 내용의 공개적인 댓글은 형법 제307조의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또는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에 해당한다. 가해자에 대해 민법 제764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병호(키움), 김현수(LG), 양의지(NC) 등 대표적인 야구 스타들이 속한 리코스포츠에이전시도 악성 글과 관련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 에이전시 측은 “알고 있던 것보다 사태가 훨씬 심각하다. 선수를 위한 진심 어린 비판이 아니었다”며 “선수 가족에 대한 인신공격 및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악성 글 관련 제보를 받고 있다.

 

연예계에서도 가수 김희철이 악성 댓글 관련 고소를 공개적으로 진행했다. 건전한 비판과 무분별한 비난은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스포츠계에서도 본격적인 악성 글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정화작용을 통해 보다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가꿔나가려는 노력이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 / 악성 글 관련 고소를 진행 중인 LG 오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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