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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장르 벽 ‘와르르’… 프로야구 선수들의 롤 <리그 오브 레전드> 대결

입력 : 2020-12-31 03:02:00 수정 : 2020-12-31 18: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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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즌에 ‘리그 오브 레전드: 협곡의 선수’ 개최… 업계 최초 / ‘꽃보다 플잔디’팀 우승·MVP 최원준… 상금 전액 기부 예정 / 프로스포츠와 e스포츠 이색 궁합에 양 리그 팬들 반응 후끈

[김수길 기자] ‘배트·글러브는 잠시 넣어둬! 오늘은 마우스야∼’

e스포츠와 프로야구라는 어찌보면 서로 생경할 법한 종목에서 맹활약하는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일제히 마우스를 들었다.

사실상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개발사: 라이엇 게임즈)를 소재로 한 이색 자선 경기가 그 무대다. 정식 명칭은 ‘리그 오브 레전드: 협곡의 선수들’(이하 KBA)이다.

첫 KBA는 KBO 9개 구단 소속 선수 12명에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게이머 4명, 여기에 인플루언서 4명이 동참했다.

이번 매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 e스포츠와 프로야구 모두 올 한해 장기 레이스를 마치고 비시즌을 맞이한 만큼 자칫 허전해질 팬들을 위한 연말 선물로서 의미를 지닌다. 매년 가을야구가 끝나면 프로야구 선수들은 친선 골프 대회 등 팬들과 소통해왔다. 2020년 겨울에는 예년과는 달리 e스포츠라는 또 다른 스포츠 종목을 골라, 프로 스포츠의 공백 시즌에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평가다.

지난 28일 서울 동대문 V스페이스에서 무관중으로 치러진 KBA는 스포츠 업계에서는 최초로 시도된 사례다. 두산 오재원, 삼성 원태인 등 KBO(한국야구위원회) 9개 구단 소속 선수 12명에다 ‘울프’ 이재완, ‘고릴라’ 강범현 같은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게이머 4명, 여기에 인플루언서 4명이 동참했다. 총 20명의 선수가 ‘리그 오브 레전드’ 운영 방식에 맞게 5명씩 팀을 꾸려 4강 토너먼트 단판 승부로 ‘소환사의 협곡’에서 자웅을 겨뤘다. 결론적으로 우승은 김원중(롯데, 이하 소속팀), 배제성(KT), 최원준(KIA)과 함께 ‘플레임’ 이호종이 이끄는 ‘꽃보다 플잔디’팀에 돌아갔다.

KBA 결승에서 맞붙은 ‘꽃보다 플잔디’팀과 ‘미스터고’팀은 프로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당초 연말 자선 이벤트 매치로 시작했으나 스포츠 스타들의 승부욕은 당연히 치솟았고, 4강부터 결승까지 팽팽한 신경전 속에 이어졌다. ‘꽃보다 플잔디’팀은 킬 포인트를 주고받는 40분 동안의 접전 끝에 ‘갱맘’ 이창석이 포함된 ‘갱직구’팀을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최종 무대의 상대는 ‘고릴라’ 강범현과 더불어 고우석(LG), 최원태(키움), 함덕주(두산)가 들어간 ‘미스터고’팀이었다.

‘꽃보다 플잔디’팀은 피지컬과 한타력 우위로 체급 차를 뽐내면서 ‘미스터고’팀을 꺾고 KBA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에이스 ‘플레임’ 이호종의 피오라를 중심으로 끈끈한 팀워크도 빛났다. 이호종은 “이벤트 매치였지만 최고의 컨디션에서 최상의 경기를 보여주는 게 프로의 자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며칠 간 밤새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며 “프로야구 선수들과 한 팀이 돼 경기를 펼치면서, 프로의 피지컬은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결승전 MVP는 최다 킬로 우승을 견인한 최원준(가운데)에게 돌아갔다.

결승전 MVP는 최다 킬로 팀 승리를 견인한 최원준의 몫이었다. ‘꽃보다 플잔디’팀은 상금(2000만 원) 전액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써달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꽃보다 플잔디’팀에서 정글러로 참가한 김원중은 “e스포츠도 야구와 마찬가지로 평소 훈련과 전략 등이 중요함을 느꼈고, 긴장감에 대회 전날까지 연습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특히 KBA는 e스포츠와 타 장르 스포츠가 조합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 제시했다. 각 분야의 프로 선수가 출전한 KBA는 그야말로 ‘프로는 역시 프로다’라는 면이 두드러졌다. 경기에 나선 모든 선수들은 팀 구성의 순간부터 최종 4강, 결승까지 끊임없는 전략 논의와 팀 단위의 연습을 반복했다는 후문이다.

KBA는 e스포츠와 타 장르 스포츠가 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KBO 선수들과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만남이라는 이색 궁합에 KBO,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양 리그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28일 본 매치에 앞서 이달 22일, 24일, 26일 3차례에 걸쳐 온라인에 공개된 사전 콘텐츠에는 ‘두산 오재원 선수가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대표로 뽑힌 데는 다 이유가 있다’라거나 ‘리그 오브 레전드라도 잘 하는 롯데 김준태 선수의 모습을 보니 행복하다’ 등 다양한 답변이 쏟아졌다. 28일 생중계 플랫폼의 실시간 댓글창에서는 KBO팬들이 e스포츠 팬들에게 KBO선수의 야구 실력을 알려주는 한편, e스포츠 팬들은 KBO팬들에게 KBA 경기 흐름을 설명해주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또한 KBA는 재미를 추구하는 스포츠 콘텐츠 본래의 목적을 넘어 현재 일상 여건을 잘 극복한 본보기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온라인이라는 종목의 장점을 십분 살려 무탈하게 시즌을 마무리한 e스포츠의 가능성을 재차 증명했다.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총괄은 “스포츠 장르의 벽을 허물며 코로나19 상황에도 팬 여러분께 즐길거리를 전한 점이 뜻깊다”며 “e스포츠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스포츠로서 e스포츠의 가치를 지켜봐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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