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준비해.”
프로야구 KT는 올해 가을에도 남다른 마법을 꿈꾼다. 지난해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무대에서 NC 상대 리버스 스윕을 펼쳐놓더니, 올해는 사상 첫 5위 타이브레이커 승리 및 와일드카드(WC) 결정전 업셋을 수놓고 있다.
깊어지는 가을,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다. LG와의 2023 한국시리즈 리매치인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를 넘어 2위 삼성이 기다리는 PO 무대를 바라보는 중이다. 1승1패로 LG와 맞서있는 가운데, 8일 수원 안방에서 시리즈 주도권이 걸린 중요한 3차전을 펼친다.
KT에는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이 3차전을 기다리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투타 대표 베테랑, 우규민과 오재일이다. 둘 다 PO에서 버티는 삼성에 몸 담은 기억이 있기 때문. 이번 준PO를 반드시 뚫고 대구로 향해, 전 소속팀과의 특별한 한판을 펼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우규민은 LG에서 데뷔해 11시즌을 소화하다가 2017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로 삼성의 파란 유니폼을 걸쳤다. 이후 7시즌간 351경기에 출전하며 팀 불펜에 힘을 더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부활한 2차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끝에, KT의 선택을 받고 3번째 소속팀을 받아들게 됐다.
삼성 선수들과도 막역한 사이일 수밖에 없다. 우규민은 “(강)민호랑 시즌 떄 연락 몇 번 하고, 맞대결 할 때 보고 했다. 지금은 연락을 안 하고 있다. 민호도 저희가 준PO를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고, 저도 설레발일 수 있어서 안 하는 중”이라고 웃는다.
이어 “LG한테 3승 하고 나면 그때는 ‘내가 돌아간다. 기다려라. 준비해라. 라팍(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부순다’고 전화를 다 돌릴 거다”고 모두를 폭소에 빠트렸다.
그 목표를 위해 주어지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는 지난 준PO 2차전 패배 당시, 5번째 투수로 등판해 1⅔이닝 무실점으로 팀 불펜 소모를 최소화 했다. 그는 “새 팀에서 새 유니폼을 입고 PS를 치르고 있어 감회가 새롭다. 또 다른 매력을 느끼는 중”이라며 “KT가 진짜 대단하고 위대한 팀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오재일도 상황이 비슷하다. 2021시즌을 앞두고 FA로 삼성에 향해 올해 4번째 시즌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5월 박병호와 옷을 갈아입는 트레이드로 수원에 도착했다.
혹시 삼성 선수들에게 연락이 왔냐는 질문에 그는 “PS 되고 전화 한 번도 안 왔다. 저도 안 걸 거다”며 웃더니 “(강)민호 형 한국시리즈 못 가게 막아야 한다. (우)규민이형을 보내드려야 한다”는 유쾌한 각오를 전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준PO 무대를 훌륭하게 소화하는 게 먼저다. 이날 3차전에서는 이번 준PO 처음으로 문상철을 대신해 4번 타자 중책까지 맡는다. 그는 “경기장 와서 (4번 출전을) 알았다. 중압감은 없다. 컨디션도 좋다”며 “뒤는 생각 안 한다. 오늘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라고 승리를 향한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수원=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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