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최고의 직장 순위’ 3위로 하락
전영현 부회장 8월 새 조직문화 도입
‘소통·공개 논의·문제 공개·실행’ 목표
삼성전자가 중요한 터닝포인트에 놓여 있다는 위기론 속에서 기업문화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1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 코어워크를 지난 9월부터 도입했다. 이미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사진)은 지난 8월 사내 임직원을 상대로 새로운 조직문화 ‘코어워크(C.O.R.E work)’를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면서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이와 함께 조직문화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어워크는 각각의 의미를 담은 네 가지 핵심 요소의 앞글자를 딴 개념이다. 각각 ▲소통(Communicate) ▲공개적 논의(Openly Discuss) ▲문제 공개(Reveal) ▲실행(Execute)의 의미를 담았다. 이를 통해 문제 해결과 조직 간 시너지를 위해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직급과 직책에 상관없이 치열한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며, 문제를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한 후,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내려 철저하게 실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업계에서는 전영현 부회장이 ‘코어 워크’로 조직문화를 쇄신하고 기술력 강화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부문장은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다시 살펴보고, 고칠 점은 바로 고치겠다”며 “삼성전자의 전통인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고,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숨기지 않고 치열하게 토론하여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삼성전자는 ‘최고의 기업’을 이루는 토대인 사내 구성원들의 ‘일하고 싶은 의지’를 북돋우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그만큼 위기에 발 빠르게 대응해온 삼성전자의 역사가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 대외 이미지와 조직문화 등에서 위기 징후가 계속 있었다. 얼마 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최고의 직장’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구글 모기업)에 왕좌를 내줬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4년 연속 해당 리스트의 1위를 차지해왔지만, 올해는 두 기업에 밀려 두 계단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순위 하락이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부진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는 여전히 아시아 기업 중 유일하게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지위를 유지하는 중이다.
미래 인재인 대학생들의 인식 역시 과거 ‘삼성이면 무조건 가야지’ 하는 분위기가 조금 시들해졌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계약학과는 일부 미달 사태를 겪고 있다. 계약학과는 삼성전자가 국내 대학과 협력해 반도체, IT, AI 등 첨단 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졸업 후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된다. 하지만 최근 계약학과의 지원율 자체가 저조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종로학원은 올 초 삼성전자의 계약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가 정시 모집에서 심각한 등록 포기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해당 학과의 정원은 25명이지만 추가 합격자를 포함해 총 55명(220%)이 등록을 포기했다. 이는 전년도인 2023년 등록 포기율(130%)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최초 합격자뿐만 아니라 1차 추가 합격자도 모두 입학을 포기해 2차·3차 추가 합격자까지 진행돼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기술 분야의 인재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지만 우수 인재들이 IT 및 반도체 분야보다 의대로 몰리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첨단 기술 분야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문제로 인식하고 조직문화 혁신에 발 빠르게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