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 퇴직연금 대이동을 앞두고 은행권이 집토끼 지키기에 나섰다. 적립금 규모가 큰 은행권은 증권사나 보험사 등 다른 운용사로 이동을 막고, 신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이어간다.
29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하나은행 확정기여형(DC) 상품의 최근 1년간 운용수익률(3분기 말 원리금 비보장 기준)은 14.14%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가장 높았다. KB국민은행이 14.02%로 뒤를 이었고 신한은행은 13.52%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12.58%, NH농협은행은 11.12%의 운용수익률을 나타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최근 1년 수익률 역시 국민은행이 14.61%로 가장 높았다. 이는 은행권 전체 1위이자 증권사를 포함해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하나은행은 14.19%, 신한은행은 13.86%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12.80%, 농협은행 12.18% 순으로 집계됐다.
확정급여형(DB) 상품 수익률은 신한은행이 12.32%를 기록했다. 국민은행(10.69%), 농협은행(9.62%), 우리은행(8.38%), 하나은행(7.31%)이 뒤를 이었다.
은행권은 400조가 넘는 퇴직연금 적립금 중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400조원을 돌파했는데 은행의 적립금이 210조2811억원으로 52.56%에 이른다. 증권사(96조5328억원), 보험사(93조2654억원)보다 은행의 적립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적립금 규모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의 3분기 말 기준 적립금은 42조7010억원으로 은행권 중 유일하게 40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는 7년 이상 장기 상품의 높은 수익률이 고객들에게 매력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은 보통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장기간 운용되기 때문에 단기 수익률보다 장기 수익률의 중요성이 더 높다. 지난해 4월 업권 최초로 출시한 퇴직연금 AI 목표관리 서비스인 ‘신한 연금케어’도 주효했다.
은행들의 적립금 규모는 크지만 증권사보다 이자 매력도가 떨어진다. 은행권은 집토끼를 지키기 위해 수익률 제고 성과 및 일대일 맞춤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KB국민·하나은행은 내부 조직 보강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KB퇴직연금 전체 고객 일대일 자산관리 상담서비스’ 등을 시행하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 고객은 누구나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실물 이전 대응 TFT’를 구성해 시스템 오류 등을 대비해 대응체계를 구성했다. 퇴직연금 전용 콜센터를 운영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각 은행은 홍보모델을 앞세워 고객들을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3일 우리금융그룹 광고모델 아이유를 앞세워 ‘퇴직연금의 A to Z, 우리 연금프렌즈’ 광고를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광고모델인 가수 윤종신과 배우 이정하를 앞세워 퇴직연금 상품의 장점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가수 안유진이 직접 작사에 참여해 고객들에게 진솔하고 친근하게 다가갔다.
고객을 잡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도 펼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31일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에 맞춰 개인형 IRP 계좌에 가입하고 실물이전 사전예약을 신청한 고객 중 선착순 1만명에게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토스 고객들을 대상으로 IRP 신규 가입 시 적립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토스 고객 중 신한은행에 IRP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들이 대상이며, 토스 모바일 앱 계좌개설 페이지를 통해 선착순 500명의 IRP 계좌에 1만원을 제공한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14일까지 ‘IRP 신한으로 갈아타기’ 이벤트를 벌이며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나은행은 30일까지 실물이전 알림 받기를 신청하고 내달 15일까지 실물이전 신청을 완료한 1만명에게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증정한다. 알림 받기 이벤트에 참여한 손님이 12월 13일까지 하나은행 개인형 IRP로 100만원 이상 실물이전을 완료하면 추첨을 통해 1000명에게 2만 하나 머니도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연말까지 퇴직연금 실물이전 금액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의 경품을 증정하는 ‘우리 퇴직연금 실물이 낫네’ 이벤트 등을 진행 중이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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