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직접 만나보니…
민생토론회서 지원 대책 발표
응원 하루 만에 계엄령 사태
정치적 불안으로 소비심리 위축
尹탄핵안 의결 7일 진행 예정
“삭막해진 상황에 손님들 집으로
해제된 이후에도 분위기 썰렁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 앞서”
계엄 사태 후폭풍은 자영업자도 한숨 나오게 하고 있다. 서민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가 철회한 것 자체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정치적 불안정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높여 소비 심리를 위축시킨다.
계엄령 발포 자체가 연말 대목을 준비하던 자영업자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과 같은 상황이 된 셈이다. 매출 감소와 소비 심리 위축이 현실화되며 ‘연말 특수’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경기도 하남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 씨(32)는 지난 3일 밤 계엄령 방송이 나왔을 때 손님들이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손님들은 ‘계엄령이라고? 빨리 집에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며 짐을 챙겼다.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앉아서 상황을 지켜보는 손님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서둘러 계산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철회된 이후에도 분위기는 영 썰렁하다.
A 씨는 “우리 매장은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주민들이 가볍게 한잔하러 들르는 곳이었는데, 삭막해진 상황에 손님들은 집으로 곧장 가는 분위기”라며 “지난 4일 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주말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한숨 쉬었다.
경기도 안산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B 씨(33)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방송이 시작되고 이내 SNS에서 ‘통금이 생길 것’이라는 글들을 보니 착잡했다.
B 씨는 “3일 평소보다 배달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며 “걱정된 것은 통금이었다. 물론 가짜뉴스이긴 했지만, 우리 매장은 홀 운영은 하지 않고 배달 위주로 운영한다. 통금이 생기면 배달 라이더들이 새벽에 다닐 수 없을까 봐 걱정이 됐다. 어쨌든 먹고 살아야 하니까. 결국 밤새 뉴스를 켜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지 걱정’이라고 말한다. 연말 대목을 앞두고 계엄령 사태가 혼란만 키웠다는 목소리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비상계엄 선포?해제되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한 이용자는 “비상계엄보다 나쁜 건 계엄 하루 전날 소상공인 모아놓고 앞으로 나만 믿으라고 한 것”이라며 “이제부터 정쟁에는 관심 없고 소상공인이나 서민들 위한 정책에만 몰두할 것처럼 해놓고는 뒤로는 계엄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머릿속에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그런 인질 정도의 사람들이었던 거다. 그게 정말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충남 공주시에서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임기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를 열어 지원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정국은 계속 요동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동시 추진하기로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탄핵안 의결은 7일 오후 7시를 전후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먼저 민주당 등 야 6당 소속 의원 190명에 무소속 김종민 의원까지 191명이 발의한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이날 0시 48분께 본회의에 보고됐다.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어서 재적 의원 300명을 기준으로 200명이 찬성해야 한다. 범야권 의석이 192석인 것을 고려하면 여당에서 최소 8표의 이탈표가 나와야 가결된다. 이와 함께 이날 12?3 비상계엄 사태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주도해 내란죄로 고발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검찰이 출국 금지했다. 김 전 장관은 전날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후 면직됐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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