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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팀 걸고 당당하게” 축구·야구팀 굿즈가 ‘집회템’으로

입력 : 2024-12-12 06:00:00 수정 : 2024-12-12 09: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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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참가한 전북팬이 레드카드와 휘슬을 들고 있다. 박재림 기자

 

“제가 사랑하는 팀을 걸고 당당하게 나왔습니다.”

 

아이돌 응원봉으로 대표되는 ‘MZ 집회템’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축구와 야구 등 인기 스포츠팀은 물론 프로게임단을 응원하는 팬들이 집회 현장에서 각자 유니폼을 입고 응원도구를 흔들며 소신을 밝힌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에서 열린 ‘탄핵 집회’에 참가한 최찬영(19) 군은 촛불을 대신해 응원팀 삼성 라이온즈의 응원봉에 조명봉을 끼워왔다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삼성 외에도 두산, LG, 키움, 한화 등 프로야구팀의 응원봉이 집회 현장에서 빛을 밝히고 있었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됐다는 20대 두산팬과 LG팬은 “오늘만큼은 우리도 하나”라며 장난스럽게 동질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기아 타이거즈의 점퍼와 머플러를 착용하고 단상에 올라 “기아가 우승한 2017년 대통령이 탄핵됐다. 올해도 기아가 우승했으니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외친 기아팬의 자유발언에도 응원봉을 두드리며 환호를 보냈다.

 

고등학생 삼성팬이 직접 만든 ‘응원 조명봉’. 박재림 기자

 

유명 PC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롤)’ 유저이자 롤 세계 챔피언 ‘페이커’의 팬이라는 박소정(33) 씨는 게임의 주요맵 중 하나인 ‘소환사의 협곡’ 아이콘에 더해 게임 보이스를 패러디한 ‘탄핵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새긴 자체 제작 현수막을 몸에 둘렀다.

 

그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정말 좋아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앞세워 즐거운 마음으로 집회에 나서고자 했다”며 “집회나 시위가 너무 진지하고 엄숙하기만 하면 오래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재밌고 신나게 꾸준히 목소리를 낸다면 끝내 우리가 원한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패러디한 탄핵 현수막을 두르고 집회에 참가한 게임팬의 모습. 박재림 기자

 

프로축구팀 전북 현대의 유니폼과 머플러를 착용한 30대 축구팬은 집회 가두행렬과 함께 당도한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레드카드와 함께 휘슬을 꺼내 들었다. 그는 “전북 서포터스 활동을 하던 중 현직 심판이 사용한다는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얻은 적이 있어서 들고 나왔다”며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키고 대통령 탄핵안 투표를 거부하며 민주주의를 짓밟은 대통령과 여당은 퇴장을 당해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프로축구팀 수원 삼성의 캐릭터 인형에 ‘탄핵’이 적힌 머리띠를 둘러 메시지를 전달한 참가자도 있었다. 잉글랜드 축구팀 토트넘의 엠블럼이 새겨진 패딩을 착용한 김다빈(22) 씨는 “영국에 있는 손흥민 선수를 대신한다는 마음으로 집회 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젊은 참가자들은 인터뷰 이후 실명으로 기사가 나가도 괜찮냐는 질문에 대부분 “그래도 된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내 행동과 발언에 부끄러움이 없고 떳떳하다”며 “스스로 당당하지 않았다면 내가 사랑하는 팀과 선수의 굿즈를 착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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