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개봉한 전작 ‘히트맨’ 이후 5년 만에 돌아왔다. 당시 코미디와 액션에 충실해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의외의 복병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247만 관객에 만족해야 했다. 주연 권상우를 비롯한 정준호, 이이경, 황우슬혜 등 배우들도 아쉬움이 컸다. 5년 만의 속편이지만 원년 멤버 전원이 ‘히트맨 2’로 다시 모인 이유다.
배우 정준호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히트맨 2’ 인터뷰를 진행했다. 22일 개봉한 ‘히트맨2’는 인기 웹툰 작가가 된 준(권상우)이 아이디어 고갈로 고통받던 중 야심차게 선보인 신작 웹툰을 모방한 테러가 발생하고, 그가 하루아침에 범인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코믹 액션 영화다.
전작에 이어 그는 국정원 국장 덕규를 맡았다. 정준호는 “전작 개봉했을 때 장기간 상영하면서 더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었는데 팬데믹이 오면서 아쉽게 제 실력 발휘를 다 못 한 게 아쉬웠다”고 5년 전 아쉬움을 내비쳤다.
당시의 아쉬움은 속편 제작의 원동력이 됐다. 정준호는 “그때 권상우 씨가 ‘우리 2편 가야 되지 않을까’ 해서 다들 ‘아쉬움을 2편에서 달래보자’ 취지로 시리즈화 하는 데 동의를 했다”고 떠올렸다.
우여곡절 끝에 속편을 마주한 소감은 어땠을까. 정준호는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다. 이제 연기를 30년 가까이 해오고 있는데 선배의 위치라는 게 참 어렵기도 하다. 때로는 큰 형으로서 작품 전체도 봐야 되고 현장도 봐야 되고 무사하게 작품을 잘 끝낼 수 있게끔 후배 연기자들이 가장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작품에 진심을 드러냈다.
그는 “팀워크가 잘 다져져서 1편과는 또 다른 재미를 이번에 보여드릴 것 같다”고 이번 작품을 소개했다. 그는 “서로 호흡이 잘 맞다 보니까 이번에 애드리브가 많았다. 이이경과 붙은 장면 대부분의 대사가 애드리브 50%는 됐던 것 같다. 스토리적으로도 반전의 묘미가 영화적인 재미를 더했다”고 전편과의 차별점을 밝혔다.
향후 시리즈화 과정에서의 차별점으로는 “그동안 쌓아왔던 캐릭터 스타일들이 있어서 이제는 반전의 묘미가 있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연기한 천덕규를 두고 그는 “제가 이 캐릭터에 딱 하나 마음에 드는 건, 국정원의 블랙 요원들은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없으면 그런 일을 못 한다. 우리는 이렇게 평화롭게 살지만 그 분들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목숨 걸고 싸운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국가와 결혼했다’는 천덕규 대사를 예로 들며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이게 무슨 허무맹랑한 대사인가. 현실적이지 못하고 캐릭터가 좀 이상한 거 아니야?’ 했었다. 그런데 실제 국정원 요원들이 활동하는 걸 듣고 나니까 이해했다.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걸어도 그 분들은 보이지 않는 그림자처럼 다녀야 되지 않나. 그러니까 공허한 거다. 천덕규의 국가와 결혼했다는 그 한마디가 여자를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나라를 사랑해서 울부짖는 게 이해가 가더라”라고 설명했다.
정준호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일한 분단 국가다. 이 분단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주 극적인 소재들이 많다. 히트맨이 그 무궁무진한 소재를 가지고 갈 수 있다”며 “우리를 위해서 고생하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영화가 시리즈로 가는 데 충분히 명분이 된다”고 히트맨의 시리즈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2편이 어느 정도만 받쳐주면 3, 4편에서는 천덕규에게 성격의 변화, 현실의 변화를 통해서 짐작할 수 없는 연기를 보여주거나 뻔한 결말이나 캐릭터로 보여줄 수 있는 코미디를 더 업그레이드 시켜서 반전의 의미를 주고 싶다”며 “코믹 액션 같은 경우 반전의 허당기나 상황적으로 더 웃기려고 하는 강박 관념이 있다. 그게 결국 나중에 예상 가능한 영화로 보여지면 시리즈물은 차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이 없다”며 “그래서 히트맨도 갖고 있는 장점을 활용하면서 뭔가 새로운 걸 계속적으로 시도를 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2편에서의 천덕규 캐릭터에 아쉬움도 드러냈다. 정준호는 “영화 보고 ‘내가 욕심을 좀 더 냈어야 되는데’ 생각도 들더라. 선배 입장으로서 양보는 많이 했다. 촬영장 잘 돌아가게끔 맛있는 음식들도 사주고 이런 걸 신경 쓰다 보니까 정작 내 연기에서 더 욕심을 못 낸 것도 있고 아쉬운 것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정준호는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진다. 그동안 제가 작품을 한 몇 년 동안 많이 못하고 인생을 돌아보는 기간이 있었다. ‘인간 정준호는 어떤 삶을 살아야 되나’ 고민도 하고 연기하느라 못했던 사업도 하고 그런 기간에 작품을 많이 못해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고 운을 떼며 “앞으로는 작품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인생 느와르처럼 인생 작품을 한번 남기고 싶다. 그런 작품에 연출도 하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침체기에 빠진 한국 영화계에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그는 “한국 영화 시장이 축소되고 어렵다. 그 이유는 투자자들이 다 빠져나가서 그렇다. 우리나라가 인구 대비 영화에 몇백억씩 투자되는 게 현실적으로 그 돈을 투자를 한다는 건 위험성이 높다고 본다”고 높아진 제작비를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제작비를 가지고 다양한 삶을 좀 더 밀도 있게 그려야 되지 않을까. 충무로의 풍성하고 다양한 영화들이 골고루 큰 손해 없이 본전치기만 해도 투자자는 재투자를 할 수가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넷플릭스나 디즈니는 전 세계가 보는 채널들이니까 300억, 400억 당연히 투자 할 수 있다”며 “우리 현실에서 200억 300억짜리 만든다는 건 대한민국 국민이 다 봐야 되는데 쉽지 않다. 제가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하면서 느끼는 건 우리나라가 적은 제작비를 가지고 영화적으로 충분히 그려낼 수 있는 스토리가 많이 있다. 그런 영화를 많이 공급하면 투자자들한테도 큰 리스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관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투자자가 없으면 영화 자체를 만들지 못한다.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우리도 같이 생각해야 한다. 그러려면 배우, 제작자, 스태프 같이 하나가 돼서 출혈을 감수하고 인센티브제로 가야 한다. 딱 손익분기점 넘으면 그다음부터는 골고루 다 인센티브를 줘야 된다. 그래야 참여하는 사람들도 어떻게든 열심히 만들어서 죽어 있는 영화 시장의 불씨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준호는 ‘히트맨2’와 더불어 24일 개봉을 앞둔 고 김수미의 유작 ‘귀신경찰’에도 특별 출연했다. 절친 신현준의 부탁을 받고 특별 출연을 결정한 것이지만 적지 않은 분량이다. 정준호는 “저도 30년 가까이 연기자 생활하면서 이런 적이 처음이다. 두 작품 다 좋은 시기에 개봉하려다 보니까 1월에 개봉을 하게 됐다”면서도 “비슷한 시기에 두 개의 영화가 동시에 개봉한다는 게 배우로서도 부담감이 많이 있다. 관객한테 신중하지 못한 모습으로도 보일 수 있고. 저희들이 판단해서 결정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제작사나 개봉하는 배급사 입장에서는 그런 것까지는 생각을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김수미를 향해 그리움도 드러냈다. 정준호는 “사실은 찰진 욕 한마디가 때로는 듣고 싶을 때도 있다. 선생님의 욕 한마디가 때로는 우리들한테 큰 기운도 주고 즐거움도 줬는데 이제 못 듣는다는 생각에 (안타깝다). 또 선생님이 겉으로는 강직하고 쓰러지지 않을 것 같은 어머님 스타일이었는데 선생님이 갖고 있던 아픔과 말 못할 사연들을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몰랐고 위로를 못 해드렸다는 게 저도 장례식장을 나오면서 미안함과 죄송함과 아쉬움이 있었다”고 착잡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겉으로 강한 척하는 사람이 사실 알고 보면 아픔이 더 많고 그걸 보여주기 싫어서 더 강한 척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한 번 연기자는 영원한 연기자다. 사람은 떠나갈지 모르겠지만 작품과 영화 속 대사 한마디는 영원히 우리 기억 속에 남는다. 선생님이 남기신 어록, 찰진 욕 한마디, 대중을 사로잡았던 연기와 그 장면들은 영원히 우리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위로를 해야 한다”고 그리움을 내비쳤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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