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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은 있었지만….’
아직은 제 궤도가 아니다. 일종의 적응 기간이다. 그래도 꿋꿋하다. 새 도전을 나선 내야수 김혜성(LA다저스)이다. 23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서 7번 및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6회 교체될 때까지 뛰었지만 안타를 생성해내지 못했다.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설상가상 수비에선 실책이 나왔다. 흔들리지 않았다. 이후 호수비를 선보이며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자랑했다.
두 번째 시범경기. 지난 21일 시카고 컵스전서 2루수로 나선 것과 달리, 유격수로 나섰다. 정류리그를 앞두고 다양한 조합을 실험하는 모습이다. 이날 ‘슈퍼스타’ 무키 베츠가 결장한 가운데 김혜성이 대신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김혜성의 주포지션인 2루수는 한국계 토미 현수 에드먼이 맡았다. 김혜성은 동산고 시절 유격수로 뛴 기억이 있다. KBO리그에선 2021년을 제외하곤 주로 2루수로 뛰었다. 지난 8년간 2루수로 가장 많은 5156⅔이닝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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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이 좋지 않았다. 1회 초 수비 과정서 실수를 범했다. 2사 후 프레디 퍼민의 땅볼 타구를 잡지 못한 것. 공은 글러브를 튕기고 외야로 향했다. 다행히 후속 타자 닉 프라토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실점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타격에서도 고전했다. 교정 중인 타격 폼이 익숙하지 않은 듯 시원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1회 말 2-0으로 앞선 2사 1,2루 득점 기회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3회 말과 4회 말엔 각각 우익수 뜬공, 중견수 뜬공이었다.
희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혜성표 호수비가 빛을 발했다. 3회 초였다. 선두 타자로 나선 조이 위머의 3루수, 유격수 간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처리했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넓은 수비 범위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1루로 향하는 송구 역시 깔끔했다. 1회 초 아쉬움을 만회하는 수비였다. 유틸리티 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로도 김혜성은 안정적인 수비를 자랑했다. 다만, 다저스는 난타전 끝에 10-11 역전패를 당했다. 시범경기 3연패째다.
테스트는 계속된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시범경기 기간 김혜성은 중견수로도 내보낼 계획이다. 실제로 스프링캠프 훈련 전 김혜성에게 중견수 수비를 지시하기도 했다. 김혜성은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중견수로 출전한 적이 없다. 2020년 당시 소속 팀이었던 키움이 빅리그 올스타 출신 내야수 애디슨 러셀을 영입하면 좌익수 수비는 본 적 있다. 낯선 리그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다재다능함을 뽐낼 필요가 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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