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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보고 있습니다.”
태극마크를 단 코피 코번(삼성)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2025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23일 인도네시아 원정을 마친 뒤 안준호호는 오는 8월 5일부터 17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열리는 아시아컵 일정을 소화한다. 당면과제 중 하나로 귀화선수 카드를 검토 중이다. 다만, 현 시점서 장담하기 어렵다.
코트 위 귀화선수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 대표팀이 졸전 끝에 1점 차 신승(91-90)을 거둔 20일 태국과의 아시아컵 예선전만 봐도 두드러진다. 당시 태국은 독일 출신 203㎝ 빅맨 마틴 브루닉을 통해 골밑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반면 한국은 2018년 특별 귀화를 통해 영입한 라건아(리카르도 라틀리프) 이후 새로운 귀화 선수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높이와 피지컬에서 열세에 빠지는 그림이 자주 나온다.
문제의식을 느낀 대한민국농구협회는 귀화선수 합류를 위해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프로농구에서 두 시즌째를 보내고 있는 센터 자원 코번이다. 1999년생인 그는 신장 206㎝, 체중 116㎏의 탄탄한 피지컬을 앞세워 올 시즌 25경기 출전, 평균 24분23초를 뛰어 17.5점 10.2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프로리그(B.리그)서도 활약했다. 안 감독을 비롯한 경기력 향상위원회가 젊은 나이에 아시아 무대 경험까지 갖춘 그의 이름을 주목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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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협회 관계자는 “코번과 교감을 계속해서 나누고 있고, 서로의 긍정적인 의지도 확인했다. (특별귀화) 심사 과정에 곧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면 좋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만큼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다. 아시아컵 본선에서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내 선수만으로 소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별귀화 절차는 간단하지 않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와 법무부의 특별귀화 심사 등 거쳐야 할 관문이 여럿이다.
일회성이 아니다. 중·장기 계획이다. 신중하고, 또 신중한 이유다. 20대 중후반 나이인 코번을 점찍은 것 역시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협회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과 2027 카타르 농구월드컵까지 고려해 귀화선수 영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8월 아시아컵 이후로도 대표팀 일정이 수두룩하다. 쉴 틈이 없다. 11월엔 농구월드컵 예선 윈도우1이 시작된다. 이를 염두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봐야 한다. 한국 농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더욱더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먼 훗날 재린 스티븐슨(앨라배마대)의 합류도 기대를 모은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였던 혼혈선수 문태종의 아들로 미국 대학농구에서 활약 중이다. 관계자는 “2005년생이라 아직은 너무 어리다. 그러나 (멀리 보면) 무한한 가능성을 보유한 대표팀의 희망이다. 또 한국을 향한 애정도 깊더라. (향후 대표팀 합류와 관련해)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있다”고 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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