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감한 외인 교체, 대한항공에 우승을 선물할 수 있을까.
V리그 최초 통합 4연패를 이룩한 대한항공은 올 시즌 정규리그 왕좌를 현대캐피탈에 내주며 일찌감치 5연패 도전이 좌절됐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외인 교체 승부수에 담았다. 지난 8일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와 작별하고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을 영입해 봄배구에서의 일발 역전을 노린다.
요스바니의 부상 때문이다. 시즌 초반 문제였던 어깨 부상은 떨쳐냈지만, 이번에는 우측 슬개골 연골연화증 진단을 받은 무릎이 말썽이었다. 정상적으로 코트에 설 수 없는 상황. 포스트시즌이 약 2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던 배경이다.
지난 시즌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대한항공은 챔프전 직전, 기복이 심한 무라드 칸 대신 ‘단기 알바’ 막심 지갈로프를 데려왔다. 그 선택이 적중해 통합 4연패에 닿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 시나리오에 베팅했다.

러셀은 2020∼2021시즌부터 한국전력과 삼성화재를 거치며 2시즌을 V리그에서 뛴 익숙한 얼굴이다. 최고의 장기는 세트당 0.740개를 성공시킨 스파이크 서브다. V리그 역대 최다 28경기 연속, 한 경기 최다 8연속 서브에이스라는 대기록의 보유자다. 지난해 KOVO 외인 트라이아웃에 도전했다가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그리스 리그를 누비며 공격 종합, 서브 지표에서 리그 1위를 달리는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시즌 중 러셀을 대체 외인으로 영입하려 했던 남자부 A단장은 “정평이 났던 서브는 역시 이름값 그대로였다. 대체군 중에서는 가장 뛰어나다고 봤지만, 당시 소속 팀이나 에이전트가 러셀을 놔주지 않아 우리가 데리고 올 수 없었다”며 “강점만 터진다면 대한항공도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봄배구 상대인 KB손해보험-현대캐피탈의 리시브 효율은 각각 5위(31.56%)-6위(31.09%)로 좋지 않다. 특히 플레이오프 상대 KB손해보험의 경우,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나경복-모하메드 야쿱이 모두 리시브 효율 20%대다. 원래도 팀 서브 2위(세트당 1.190개)를 달리는 대한항공의 팀 컬러에 러셀의 서브까지 긁힌다면 충분한 이점을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늦은 고등학교 1학년에서야 배구를 시작한 러셀은 부족한 기본기가 단점이다. A단장은 “타 팀 선수라 조심스럽지만, 과거만 놓고 보면 기복이 있고 범실이 많았던 것도 맞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움직임으로 인해 후위 공격의 파괴력이 떨어지는 것도 약점이다. 단조로운 공격 옵션이 아포짓 스파이커에게 요구되는 해결사 면모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은 2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렸다. 팀원들과 손발을 맞추는 게 최우선이다. A단장은 “러셀의 스타일상, 한선수-유광우 세터진의 낮고 빠른 토스에 적응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이걸 지우는 게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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