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잘알’ 고로상의 입맛 돋우는 먹방과 곳곳에 배치된 웃음 포인트, 스토리의 감동까지 잘 버무린 음식처럼 알차다.
19일 개봉한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고로상의 힐링 먹방처럼 보기만 해도 소소한 행복이 느껴지는 힐링 영화로 정의할 수 있다.
영화는 2012년부터 일본에서 방영된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다. 수입 잡화상을 운영하는 주인공이 사업을 위해 방문한 지역에서 최고의 한 끼를 찾아 나서는 내용이다. 평범한 아저씨의 혼밥 이야기지만 호기심으로 시작해 즐거움과 행복으로 이어지는 먹방 그 자체가 공감을 일으키며 큰 사랑을 받았다. 2022년까지 시즌 10개를 완성했으며, 지난해 11번째 시즌 격인 저마다의 고독한 미식가가 방영됐다.
먹방이 주된 연출인 이 작품이 러닝타임 110분을 어떻게 이끌어갈까. 프랑스, 일본, 한국을 오가는 이노가시라 고로의 여정에서 다양한 요리가 등장했다. 그 안에서 만나는 인물들과의 특별한 인연이 스토리를 만들었다.


영화는 고로가 옛 연인 사유키의 딸 치아키로부터 연락을 받고 프랑스 파리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류 불안정과 숙면 때문에 기내식을 두 끼나 놓친 그는 맛집을 찾아 헤매다 프랑스 가정식 식당을 발견하고 어니언 수프와 비프 부르기뇽을 먹는다. 특유의 독백을 통한 맛 묘사와 마츠시게 유타카의 표정 연기에 군침이 절로 도는 순간이다.
이어 고로는 치아키의 할아버지로부터 고향인 고토 열도에서 먹었던 추억의 국물을 마지막으로 꼭 맛보고 싶다는 간곡한 부탁에 재료 구하기에 나선다. 나가사키현 고토 열도로 간 고로상은 첫 번째 재료를 구하기도 전에 폭풍 속에 표류해 한국의 외딴섬 남풍도에 떨어지고, 식품연구시설 직원들과 인연을 맺고 다시 또 재료에 대한 힌트를 캐치해나간다.
옆 나라 섬에 패들 보드를 타고 가거나, 독버섯을 잘못 먹고 쓰러지는 황당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지만 한 끼는 늘 제대로다. 혼밥이지만 전혀 고독함이 느껴지지 않는 건 여정에서 만난 인연들의 이야기가 음식에 담겨있어서다. 남풍도에서 만난 인연으로 다 쓰러져가던 한 라면 가게를 살리는 따뜻함과 궁극의 국물을 의뢰한 노인에게 과거의 추억을 안기는 감동이 전해진다.
‘하라가 헷타!’(배가 고프다)를 외치는 순간 연출되는 고독 샷과 마츠시게 유타카의 미식 독백은 드라마에서 본 그대로다. 거기에 혼밥 아저씨 주변의 이야기가 더해졌다. 대단히 철학적인 메시지나 드라마틱한 전개가 펼쳐지는 것이 아닌, 음식을 중심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겼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