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생 55세, 또 하나의 트로피를 조준하기 딱 좋은 나이다.
‘탱크’ 최경주는 15일부터 나흘간 제주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에 출격한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펼친 역사적인 명승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자신보다 13살이나 어린 까마득한 후배 박상현과 피 튀기는 접전을 펼쳤다. 정규 홀에서 팽팽히 맞선 둘은 2차 연장까지 가서야 승부를 갈랐을 정도로 치열하게 다퉜다.
1차 연장이 백미였다. 18번 홀(파4)에서 진행된 경기. 물에 빠진 듯했던 최경주의 세컨드샷이 개울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 잔디 위에 살아남았다. 벼랑 끝에서 한숨을 돌린 최경주는 천운을 살린 ‘아일랜드 샷’으로 파를 잡아내 2차 연장을 이끌었다. 끝내 그 전장에서 보기를 범한 후배를 밀어내고 원하던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숱한 기록이 따라붙었다. 개인적으로는 2012년 10월 CJ 인비테이셔널 이후 11년 7개월 만에 KPGA 무대 승리로 통산 17승을 찍었다. SK텔레콤 오픈으로만 한정하면 2003·2005·2008년에 이은 4번째 우승으로 대회 최다 승리 기록을 굳게 다졌다. 또한 자신의 54번째 생일 당일에 트로피를 들면서, 2005년 매경오픈에서 최상호가 세운 50세4개월25일을 넘고 KPGA 최고령 우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흐름을 이어 최고령 2연패 기록까지 조준한다. 2007∼2008년 신한동해오픈, 2011∼2012년 CJ 인비테이셔널을 잇는 자신의 3번째 타이틀 방어를 향한 도전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는 그의 생일 전날인 18일에 진행된다. 이에 곁들여 이 대회 최다 출전(23회), 최다 컷 통과(21회), 최다 버디(319개) 적립도 이어갈 예정이다.
최경주는 “SK텔레콤 오픈에서 타이틀 방어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 우승보다는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굵직한 후배들과의 경쟁을 또 이겨내야 한다. 특히 최경주가 1라운드에서 함께 라운딩에 나서는 지난 경쟁자 박상현 그리고 지난주 KPGA 클래식 챔피언에 오른 배용준은 올 시즌 KPGA 대표 강자들이다. 박상현은 16년 만에 이 대회 우승을 노리고, 배용준은 2주 연속 우승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꿈꾼다.
여기에 지난 시즌 KPGA 대상, 상금왕 등 주요 타이틀을 석권하고 LIV 골프로 이적한 장유빈도 우승 경쟁에 가세한다. 지난해 11월 KPGA 투어 챔피언십 이후 6개월여 만에 KPGA 무대를 밟는다. 지난 4일 끝난 LIV 골프 코리아를 통해 국내 팬들을 한 차례 마주했던 그는 다시 한번 정겨운 필드를 누빈다.
이 외에도 이 대회에서만 2번의 우승을 거둔 김비오(2012·2022년), 최진호(2015·2017년), 배상문(2007·2010년) 등도 3번째 트로피를 겨냥한다. 올 시즌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후,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1960.50점)를 달리는 김백준도 선두 유지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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