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을 시작으로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극장가가 반격을 준비 중이다. 관객 감소, OTT의 공세, 콘텐츠 부재 등 복합적인 위기를 겪은 극장은 이제 영화 상영이라는 본업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음을 자각했다. 대한민국 극장의 변화 진폭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화만 보는 영화관은 NO
올해 CGV가 선보인 뜨개 상영회는 일종의 신호탄이다. 손뜨개를 하면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이색 이벤트를 넘어 극장에서 보내는 새로운 시간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 관객은 “영화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다”며 “극장이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이처럼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대표 멀티플렉스는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부르기 위한 체험형 콘텐츠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CGV는 지난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을 세계 최초로 3면 스크린을 활용해 생중계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롯데시네마의 라이브시네마는 방탈출 콘텐츠와 영화적 체험을 결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메가박스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낮잠을 잘 수 있는 좌석을 1000원에 제공하는 메가쉼표 이벤트를 통해 고객 유치에 나섰다. 여기에 공연 실황 중계, 아이돌 팬미팅까지 극장은 스크린이라는 틀을 벗고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내부 공간도 바뀌고 있다. 메가박스는 최근 주요 지점에 전석 리클라이너 좌석을 갖춘 프리미엄관을 잇달아 도입했다. CGV는 영화관 안에 북카페와 소규모 공연장을 조성한 씨네라이브러리 지점을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화 외 시간에 극장에서 머물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화의 핵심은 공간성의 확장이다. 단순히 2시간짜리 영화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관객이 여가를 즐기고 문화를 향유하며 스스로 콘텐츠 일부가 되는 체류형 문화 공간으로의 인식 전환이 목표다. 배경에는 관객의 소비 방식 변화가 있다. 영화 한 편에만 시간을 쓰기보다는 영화 전후로 식사, 쇼핑, 커뮤니티 활동까지 한 번에 해결하길 원하는 관객의 니즈가 커졌고, 극장은 이에 맞춰 문화 중심지로 재배치되고 있다.

◆지역 문화 거점이라는 생존법
또 하나의 주목할 지점은 지역이다. 전국 곳곳의 소규모 극장들이 지역 문화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을 위해 노력 중이다. 서울의 씨네큐브, 대전의 씨네인디유, 광주의 광주극장은 독립영화 상영과 함께 감독과의 대화, 미니 영화제 등 지역 기반 행사를 꾸준히 열며 단골 관객층을 형성하고 있다. 부산 영화의전당은 콘서트, 전시,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극장형 복합예술센터로서 지역 문화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산업 전체를 회복시키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콘텐츠 부족, 투자 위축, 인력 감축 등 구조적 문제는 여전하고 근본적인 신규 관객 유입은 해결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한 영화감독은 “극장이 다시 문화의 중심으로 돌아올 것이라 본다. 극장은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변화하는 공간”이라며 “이 변화가 콘텐츠 제작, 유통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밝혔다.
◆뭉쳐야 산다
힘을 합치자는 움직임도 포작된다. 최근 중앙그룹과 롯데그룹이 영화 관련 계열사인 메가박스중앙과 롯데컬처웍스의 기업결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중앙그룹의 콘텐트리중앙이 메가박스중앙의 지분 95.98%, 롯데그룹의 롯데쇼핑이 롯데컬처웍스의 지분 86.37%를 보유하고 있다.
메가박스중앙은 메가박스(영화관),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투자배급사), 플레이타임중앙(실내 키즈 테마파크)으로,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시네마(영화관), 롯데엔터테인먼트(투자배급사), 샤롯데씨어터(극장)로 주요 사업이 구성돼 있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중복된 투자 제거를 통한 효율적인 운영 및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해 OTT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관 개발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각사에서 확보한 IP와 축적된 제작 노하우를 활용해 양질의 신규 콘텐트 투자를 강화하고, 개선된 수익을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로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이 목표다. 합작 법인은 양사가 공동 경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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