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체제 감독 파나히, 황금종려상 영예

허가영 감독이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라 시네프 부문에서 1등상을 받았다. 한국 작품이 이 부문에서 1등상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영화 신진 세대의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韓영화 최초 칸영화제 학생 부문 1등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지난 23일 라 시네프 부문 1등상 수상작으로 허 감독의 단편 ‘첫 여름’을 선정했다. 라 시네프는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경쟁 부문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 3편을 뽑아 1~3등상을 수여한다.
한국 영화가 라 시네프 부문에서 1등상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여름은 허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 작품으로 만든 30분짜리 단편영화다. 허 감독은 1등 상금으로 1만5000유로(한화 약 2300만원)를 받는다. 수상작은 다음 달 6일 파리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허 감독은 KAFA를 통해 “사회에서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며 “다작을 하고 싶다. 2년 안에 꼭 장편을 찍는 게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삶과 죽음, 가족과 사랑 사이에서 노년기 여성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그린 첫여름은 세계 영화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축전을 보냈다.
이어 “이번 수상은 코로나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영화계와 젊은 영화인들에게 큰 희망과 영감을 주는 쾌거다. 앞으로도 빛나는 열정으로 시대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별이 되어주시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황금종려상에 이란 반체제 감독 파나히

올해 황금종려상의 영예는 이란의 반체제 감독 자파르 파나히였다. 파나히 감독의 ‘잇 워즈 저스트 언 액시던트(It was just an accident)’는 25일 경쟁 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파나히 감독은 앞서 칸에서 1995년 ‘하얀 풍선’으로 황금카메라상을, 2018년 ‘3개의 얼굴들’로 각본상을 받은 적 있지만 황금종려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파나히 감독은 상을 받은 뒤 이란 사회를 향해 “국내외 모든 이란인들은 모든 문제와 차이를 제쳐두고 힘을 합치자”라며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우리나라의 자유이며, 자유를 위해 뭉쳐야 한다”고 밝혔다. 파나히 감독은 반정부 시위, 반체제 선전 등을 이유로 이란에서 여러 차례 체포됐던 인물이다. 2009년 반정부 시위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6년형을 받았고 20년 간 출국, 영화 제작, 언론 인터뷰 금지를 당했다. 이 기간 그는 몰래 영화를 만들어 해외 영화제에 출품해 왔다.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은 덴마크 출신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르의 ‘센티멘털 밸류(Sentimental Value)’가 받았다. 3등상인 심사위원상은 마샤 실린슈키 감독의 ‘사운드 오브 폴링(Sound of Falling)’과 올리비에 라시 감독의 ‘시라트(Sirat)’에 돌아갔다. 감독상은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의 ‘시크릿 에이전트(The Secret Agent)’, 각본상은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 마더스(Young Mothers)’가 차지했다. 여성배우상은 ‘리틀 시스터’의 나디아 멜리티가, 남성배우상은 ‘시크릿 에이전트’의 와그네르 모라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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