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곰 군단의 뒷문, 언제나 그곳을 지키던 김택연이 돌아왔다.
김택연은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맞대결에 등판해 1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5-3 승리를 지킨 끝에 시즌 8세이브를 수확했다.
4-3으로 앞서던 8회초에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이영하(⅔이닝)-박치국(⅔이닝)의 무실점 계투에 이어 살얼음판 리드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부담을 딛고 제 몫을 해냈다. 대타 박세혁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김휘집을 뜬공으로 막아냈다. 1득점 지원이 더해진 9회초에도 깨끗한 삼자범퇴를 빚어내며 단 하나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은 채 경기 마침표를 찍어냈다.
오랜만에 맛본 깔끔한 세이브다. 지난달 6일 사직 롯데전에서 4번째 세이브를 거두고 한참 동안 기록 적립이 멈췄다. 시즌 초반 난조가 이어지면서 마무리가 아닌 셋업맨으로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지난 22일 잠실 SSG전에서야 5번째 세이브를 올리긴 했지만, 1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을 허용하면서 물음표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아웃카운트 5개를 책임지는 세이브로 기분 좋은 반등 발판을 마련했다.

김택연은 “힘든 날, 어려운 날이 많았는데 주변의 도움이 정말 컸다. 코치님부터 시작해서 전력분석팀 형들 그리고 팬분들까지 계속 많은 응원과 믿음을 보내주셨다. 보답하려는 마음이 컸는데 이렇게 경기를 잘 치러내서 다행”이라는 기쁨 담긴 소감을 전했다.
시즌 초반이 예상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삐그덕거렸던 것이 사실이다. 구속이나 구위가 유의미하게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실패가 생기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쫓기는 것 같다”며 멘탈적인 부분을 원인으로 짚었다. 실제로 김택연은 지난해 60경기 동안 5개밖에 없던 블론세이브를 올해 벌써 3번이나 기록했다. 피장타율이 치솟으면서(0.288→0.329) 대포 한방씩을 얻어맞은 게 치명적이었다. 지난 시즌 2개밖에 맞지 않은 홈런을 벌써 3차례나 내주기도 했다.
지난 23일 잠실 NC전에서는 투수로서 가슴 아픈 강판을 당하기도 했다. 팀이 1-0으로 앞선 8회초 2사 1루에 등판해 볼넷 하나를 내주고 곧장 최지강으로 교체됐다. 팀의 굳건한 클로저로 이미지를 쌓아오던 그가 이토록 빠르게 마운드를 내려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택연은 “사실 한 타자 정도는 더 할 줄 알았다. 아쉬움이 있었던 건 맞지만, 그때 마운드 사정이 안 좋아서 투구에 불편함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뒤에 (최)지강이 형이라는 좋은 카드가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강판이었다”며 “볼넷은 안 줬어야 했는데 그걸 줬기 때문에 내려온 거다. 투수에게 강판은 당연히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내가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기 때문에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반복된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고 앞으로도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 다짐이 이날의 세이브로 이어졌다. 김택연은 “사실 오늘도 마지막에 지강이 형이 나올 줄 알았는데 8회초 끝내고 9회에도 계속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저를 믿어주셔서 던지게 됐다. 일주일의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어 기쁘다”고 웃었다.
물론 마무리를 둘러싼 선의의 경쟁이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니다. 김택연은 “가장 강한 투수가 제일 마지막에 나가는 게 맞다. 그게 지강이 형이라면 형이 나가는 거다. 다만, 원래 내가 마무리를 해왔기 때문에 나도 내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서로서로 잘한다면 팀에는 플러스 요인밖에 없다. (경쟁을 통해) 서로 잘하는 게 팀에 좋은 방향이 될 것”이라고 눈빛을 번뜩였다.
이어 “아직 (완벽한) 컨디션을 찾은 건 아니다. 이제 한 발짝 다가왔다. 더 준비를 잘해야 하고 마인드에도 더 신경을 쓰려 한다”며 “누구에게나 이런 굴곡은 있다. 너무 깊어지지만 않으려 한다.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아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지만, 이제 구위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더 자신있게 던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찬 메시지도 함께 띄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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