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면 패스, 돌파면 돌파까지 코트 위를 종횡무진한다. 국가대표 가드 양준석(LG)의 손끝에서 경기의 승패가 조립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행군 속 귀중한 승리를 낚아챘다. 남자프로농구(KBL) 디펜딩 챔피언 LG는 15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2라운드 KT와의 원정경기에서 82-67 승리를 신고했다.
이로써 동아시아슈퍼리그(EASL)도 병행 중인 가운데 국내 리그서 3연승을 내달리며 단독 선두 자리를 쟁취했다.
초반 흐름은 매끄럽지 않았지만, 2쿼터부터 빠르게 경기력에 불을 붙였다. 조상현 LG 감독이 “분위기가 어수선하게 흘러가며 예상했던 시작과는 달랐다”면서도 “그래도 선수들이 조금씩 자신들의 페이스를 회복해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총평했을 정도다.
이 중심에 선 주역이 바로 양준석이다. 27분20초를 소화, 17점 3리바운드 6어시스트 3스틸을 써낸 것. 특히 분수령이었던 2, 3쿼터에서만 12점 5어시스트 활약을 펼치며 팀을 제대로 지탱했다. 2쿼터 중반 마이클 에릭에게 건넨 패스는 멋진 한 손 앨리웁 덩크로 연결됐고, 곧장 직접 돌파 후 레이업 득점까지 올리는 등 LG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선수 본인도 에릭과의 호흡에 크게 미소를 띄웠다. 양준석은 “에릭은 신장(211㎝)에서 장점이 있다. 구단과 팬들께서 기대했던 장면이 있었는데, 그동안 잘 살려주지도, 도와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다”면서 “오늘 경기는 따로 의식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높이를 살릴 기회가 나왔다. (앨리웁 장면 덕분에) 에릭도 신났고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몰아치는 경기 일정에도 큰 목소리로 “이겨내야 한다”고 외친다. LG는 이달 들어 몽골과 대만을 오가는 해외 원정(EASL)을 포함,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다. 양준석의 어깨가 유독 무겁다. 가드진의 부상 때문이다. 유기상(허벅지 근육 부분 파열)과 이경도(아킬레스건)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피곤한 표정은 감출 수 없다. 그럼에도 생글생글 웃는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겠다는 각오다. 양준석은 “이번 일정은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그 이상의 힘듦이었다. 이동거리도 상당하고, 공항 대기 시간도 긴 편이다.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감독님께서 항상 ‘엄살 부리지 말라’고 하신다. 그게 맞다. 나도 ‘힘들다고 생각하면 끝없이 힘들어진다’고 느끼기 때문에 강하게 마음먹고 있다. 결국 우리가 해내야 한다. 어차피 하는 거 열심히 해서 극복하겠다”고 덧붙였다.
양준석은 지난 시즌 기량발전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 시즌엔 더 큰 도약을 꿈꾼다. 현시점 어시스트 1위(평균 6.2개)를 달리는 중이다. 만족은 없다. “완벽한 가드는 없다”고 운을 뗀 그는 “매 경기, 매 시즌 발전해야 한다. 팀원들 덕분에 티가 안 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그중에서도 수비를 보완하고 싶다. 팀에서 믿어주시는 만큼 더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루 뒤 16일 안양 원정길에 올라 정관장전을 준비하는 LG다. 두 팀의 격차는 0.5경기에 불과하다. 심지어 1라운드에서 62-70으로 패한 상대다. 의식이 될 수밖에 없다.
양준석은 “1라운드 때 내용이 좋지 않았다. 활동량에서 밀렸다. 정관장이 좋은 팀인 만큼 공략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국가대표 브레이크(휴식기)에 앞서 치르는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인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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