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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블록버스터·日 애니만 살아남았다 [텅텅 빈 영화관, 정말 무너지는가]

입력 : 2025-11-17 14:23:30 수정 : 2025-11-17 14: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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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극장가는 제작비 수백억원대 블록버스터와 열성 팬층을 지닌 일본 애니메이션이 흥행을 주도했다. 영화관에서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한 한국영화는 빠르게 OTT로 향하면서 극장가의 영화 다양성 또한 점차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체인소 맨: 레제편’(왼쪽부터).


극장가에서 살아남는 작품의 얼굴이 뚜렷해졌다. 수백억원대 제작비의 블록버스터와 열성 팬층을 지닌 일본 애니메이션만이 살아남는다.

 

◆韓영화 침체 속 할리우드·日애니 승승장구

 

521만 흥행 반전을 일으킨 영화 'F1 더 무비'

 

올해 국내에서 300만 관객을 넘긴 작품은 총 7편이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F1 더 무비’가 500만 고지를 넘겼고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야당’·‘체인소 맨: 레제편’·‘미키17’이 뒤를 이었다. 한국영화는 ‘좀비딸’과 ‘야당’ 두 편에 불과한 가운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일본 애니메이션의 약진이 눈에 띈다.

 

17일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영화는 지난 9월까지 올해 매출액 3398억원, 관객 수 3543만명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9.7%, 39.2% 감소한 수치다. 외국영화는 같은 기간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3964억원을 기록했으며 관객 수는 3.1% 증가한 3977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9월 기준 ‘체인소 맨: 레제편’과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쌍끌이 흥행하면서 2018년 이후 9월 외국영화 매출액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귀멸의 칼날’은 국내 매출액 606억원을 넘어서며 일본 영화 역대 1위 매출은 물론 올해 개봉 영화 전체 1위 흥행 성과를 올렸다.

 

미션 임파서블:파이널 레코닝 스틸컷

 

한국영화의 박스오피스 점유율이 크게 하락하며 흥행 경쟁에서 밀리는 분위기가 뚜렷한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라진 극장가 풍경이 꼽힌다. 관객 수가 급감하자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와 제작 자체가 위축됐고 OTT가 빠르게 확산돼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 만한 동력이 줄었다. 2억5000만 달러(3421억원) 이상의 천문학적 제작비가 투입된 ‘F1 더 무비’처럼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압도적 스케일의 작품이나 충성 팬덤이 뒷받침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위주로 극장행이 제한됐다. 

 

◆극장 흥행 참패, OTT 이동까지 순식간

 

 

스크린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국영화는 결국 OTT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개봉한 하정우·김남길 주연 영화 ‘브로큰’은 19만 관객에 그치며 참패했다. 결국 석달 만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됐고 하루 만에 국내 영화 1위를 기록하는 반전을 일으켰다. 송중기 주연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지난해 12월 개봉 당시 42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쳐 두 달 만에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했고, 첫 주 비영어권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외에도 영화 ‘폭락’·‘대가족’·‘바이러스’·‘스트리밍’ 등의 최근 작품이 극장 개봉 후 두 달 정도 만에 OTT를 통해 공개됐다.

 

한국영화가 극장가 대신 OTT로 빠르게 흡수되는 서글픈 현상이지만 제작사 입장에선 적자를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판권을 팔아 수익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중저예산 영화는 소액 투자라도 손실이 나면 부담이 커 OTT 판권 판매를 통해 한시라도 빨리 제작비 일부를 보전하려 한다.

 

◆극장가 양극화…앞으로도 이어지나

 

국내 작품의 극장 공개가 줄거나 빠르게 OTT로 향하면서 결국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가 더욱 양극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 대신 압도적인 제작비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팬덤을 확보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보인 올해 극장가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악순환의 고리다.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극장가는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블록버스터·애니메이션에 스크린을 몰아줄 것이고 나머지 장르·규모의 영화는 상영 자체가 어렵게 된다. 영화관이 점점 이벤트형 대작 전용 공간으로 축소되는 움직임이다. 또 제작사도 극장 흥행으로 대박을 노리기보단 OTT 판권 판매를 통한 안정적 수익을 택하는 제작 패턴이 늘어나 플랫폼 의존도는 더욱 커진다. 관객 또한 극장이 블록버스터 중심 구조로 강화되면서 영화 선택권 축소라는 부작용을 마주한다.

 

영화계 관계자는 “다양한 영화가 OTT를 통해 관객과 만나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지만 극장은 여전히 영화산업의 중요한 축”이라며 “영화관이 이런저런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스크린에 내걸리는 영화의 장르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은 업계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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