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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위기 극장 살릴 해법은] 갈수록 관객수 ‘뚝’…존폐 갈림길에 선 극장가

입력 : 2025-11-17 14:33:13 수정 : 2025-11-17 14: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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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용산 CGV 극장 내 로비가 한적한 모습이다. 관람료 인상과 OTT 확산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며 업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김두홍 기자

#직장인 김모(38)씨는 영화관 발길이 뜸하다. 그는 “예전엔 주말마다 영화관 데이트를 했는데, 2명이 팝콘까지 사면 5만원 정도 들어 부담이 커졌다”며 “사실 OTT에서 신작이 바로 뜨는데 굳이 극장 갈 이유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극장 산업이 회복의 기미를 보지 못한 채 침체의 늪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관객 수가 반등하리라는 기대와 달리 관람료 인상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서비스 확산이 맞물리며 위기가 수년째 장기화되고 있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극장 영화 관객 수는 1억2313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6% 감소한 규모로,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3개년 평균의 55.7% 수준이다. 지난해 파묘와 범죄도시4 같은 1000만 흥행작이 있었음에도 전체 관객 수는 반등하지 못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상반기 전체 극장 매출액은 40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2% 감소했으며, 관객 수 역시 4250만명으로 32.5% 줄었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엔 대형 흥행작이 거의 없었고 관객이 지출을 줄이고 대체 콘텐츠를 선택하면서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

 

관객 감소의 가장 큰 이유로는 ‘티켓 가격 인상’이 꼽힌다.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1.8%가 ‘영화나 극장 품질에 비해 티켓값이 너무 비싸다’고 답했다. 실제로 관람료는 수년간 빠르게 올랐다. 2019년 1만2000원이던 일반 영화관 티켓은 2020∼2022년까지 3년 연속 1000원씩 인상됐다. 코로나19로 극장 운영이 위축된 가운데 수익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이뤄진 피치 못할 결정이었지만 결국 관객의 발길을 더욱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17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점. 김두홍 기자

OTT 서비스의 급격한 확산도 큰 타격을 준 요인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66.3%에서 작년 79.2%까지 올랐다.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 가입자 수는 같은 기간 470만명에서 1170만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고화질 스트리밍, 빠른 업데이트, 합리적인 가격 정책이 소비자들을 극장 대신 OTT로 이끌었다. 영화 제작사들은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한 제작을 점차 줄이고, OTT 공개로 방향을 틀었다. 결국 극장에 걸리는 영화의 다양성 축소로 이어져 관객 감소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이다.

 

극장 업계는 아이맥스(IMAX), 4DX 등 특수관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올해 상반기 특수상영 매출액은 2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감소했다. 기술적 차별화만으로 관객 이탈을 막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극장 산업이 구조적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분석한다. 한 영상산업 연구자는 “관객이 극장 대신 OTT를 선택하는 변화 뿐 아니라 문화 소비 패턴 자체가 다변화됐다”며 “단순 가격 인하나 특수관 확대로는 해결이 어렵고, 극장만이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과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극장 산업이 고사 위기에 몰리면서 이젠 산업 전반의 재정비가 요구되고 있다. 지금의 하향세를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극장은 더 이상 대중의 주요 여가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유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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