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서윤은 데뷔 4년 차에 불과하지만 작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선보이며 ‘변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정적인 기초 연기력 위에 남다른 캐릭터 해석력이 더해지며 등장할 때마다 신선한 감각과 존재감으로 장르를 넘나드는 활약을 이어가는 중이다.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에서 또한 내로라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빛냈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하서윤은 주인공 김낙수(류승룡)가 이끄는 ACT 영업 1팀의 막내 사원 권송희로 분했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MZ 사원 캐릭터의 당돌함을 보여주면서도 사원으로서 고충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며 젊은 세대의 큰 공감을 얻었다.
데뷔작 ‘최악의 악’(디즈니+) 이후 ‘세작, 매혹된 자들’(tvN), ‘조립식 가족’(JTBC), ‘다리미 패밀리’(KBS2), 영화 ‘스트리밍’ 등 매년 꾸준히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하서윤은 각기 다른 세대와 직업의 캐릭터를 세밀한 눈빛과 말투로 해석하며 벌써부터 안정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4일 서울 용산구 스포츠월드 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하서윤은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던 탄탄한 작품에 평소에도 존경하던 제작진, 선배님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했고 호흡을 맞추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어 “회사 생활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작품을 준비하면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나가고 있는 모든 직장인이 존경스럽고 멋있다고 느껴졌다. 그분들에게 지치지 않고 스스로를 응원하면서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이 작품을 통해 얻었으면 좋겠다고 꼭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이 하서윤에게 특히 뜻깊었던 이유는 대선배인 류승룡과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류승룡은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사이다. 하서윤은 “회사에서 몇 번 마주쳤었지만 또 현장에서의 모습은 어떠실지 궁금했다”며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 선배님한테 존경한다고 따로 말씀드렸다. 극을 이끌어야 하고 현장에서 전체를 바라봐야 하는 위치에 계시는데 모든 배우와 제작진이 현장에서 편하게 자기 것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선배님이 정말 대단했다”고 선배를 향한 존경심을 내비쳤다.
아울러 “이 길을 굉장히 오랫동안 걸어오신 선배님인데 현장에서 대본을 놓지 않으시더라. ‘나도 나중에 후배들이 봤을 때 이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곁에서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한솥밥을 먹는 선배 있는 현장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을까. 하서윤은 “부담보다 기대감이 더 컸다. 촬영 전에 그룹 리딩을 많이 하면서 이미 많은 호흡을 맞췄었다. 그러다 보니까 현장에서는 더 편하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마지막 회는 배우들끼리 모여 함께 시청했다. 배우 이세희·이강욱·정순원·이현균·도진우 등이 모여 시청했고 일부는 오열을 할 정도로 몰입해서 봤다고 전했다. 하서윤은 “초반부터 벌써 휴지를 뽑으시면서 보시더라. 정성구 대리님(장순원)이 특히 눈물을 많이 흘려서 저도 울컥하다가 보자마자 웃겨서 눈물이 쏙 들어갔다. 웃느라 정말 즐거웠던 시간”이라고 웃었다.
작품이 중년 직장인의 자화상을 그린 만큼 부모님의 반응도 크게 체감됐다. 하서윤은 “작품이 정말 좋다는 얘기를 제 칭찬보다 더 많이 하신 것 같다. 그래서 투덜대기도 했었는데 부모님이 겪었던 이야기이다 보니까 더 집중하셔서 보셨던 것 같다. 매번 방송을 보시고 내용이 너무 좋고 본인 이야기 같아서 PTSD 올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라고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도 부모님께 진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여쭤봤는데 현실적이라고 답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오디션을 보기 전 준비를 위해 원작 소설을 사서 읽었다는 하서윤은 “내용에 너무 빠져서 저도 모르게 팬이 돼버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정말 현실적인 내용이었고 회사를 굳이 안 다녀도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원작 소설의 송희구 작가님 작품에 저도 참여할 수 있게 돼서 행복하게 준비를 했다”고 작품의 첫인상을 떠올렸다.
MZ 사원이라는 수식어가 붙였지만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마냥 철없는 MZ는 아니다. 꼰대라고 생각했던 부장의 아픔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한다. 다층적인 인물이었던 만큼 고민도 많았다. 하서윤은 “MZ라는 타이틀에 조금 걱정을 했다. MZ라는 틀에서만 표현하지 않을까 조심하고 경계했다. 그래서 권송희와 MZ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며 “일상 속 부당함에 무던해지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솔직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MZ라는 수식어와도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그걸 중심으로 여러 상황과 대사가 붙다 보니 현실적으로 많이 봐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권송희를 두고 하서윤은 “저와 닮은 점이 제일 많았던 캐릭터 중 하나였다. 저 또한 부당함을 잘 참지 않는 성격”이라고 밝혔다. 다만 “권송희는 입력을 하면 바로 출력이 되는 타입이라면 저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을 하는 성격이라 그런 부분이 달랐다”고 다른 점을 밝히며 “그런 부분이 부럽기도 하고 배우고 싶은 점이기도 했다.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고 캐릭터에 애정을 드러냈다.
호흡을 제일 많이 맞췄던 영업 1팀 선배 배우들과는 촬영장 내내 화기애애했다. 하서윤은 “촬영 들어가기 전에 그룹 리딩을 많이 하다 보니까 소통을 많이 했다. 팀의 일원으로서 참여하는 작품이 처음이다 보니까 팀워크를 어떻게 하면 잘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선배님들이 잘 챙겨주시고 먼저 다가와 주셨다. 제가 일부러 장난도 많이 쳤는데 너그럽게 잘 받아주셔서 나중에는 여동생 같이 대해주셨다. 시너지도 많이 나와서 촬영할 때 도움이 됐고 화면으로 잘 나왔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꼰대 같은 김낙수 부장에 불만도 많았던 팀원들이지만 그의 좌천 및 퇴사 이후에는 동정심과 안타까움, 나아가 존경의 마음까지 커졌다. 묵묵히 김낙수를 응원하던 송익현 과장은 최종회에서 “존경한다”고 직접적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정성구 대리 또한 “도진우에게 희롱당하는 부장님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김낙수를 향한 권송희의 마음에 대해 하서윤은 “처음에는 부당함에 불만이 많았다면 부장님이 공장으로 좌천이 되면서부터 달라졌을 것이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부장님이 다시 회사에 영업하러 들어왔을 때의 마음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평소에 봤던 부장님은 머리도 깔끔하게 올리고 정장도 핏하게 입었는데 그때는 내추럴하고 아빠 같은 모습이 떠올라서 짠했을 것 같다. 실제로 촬영할 때도 그런 마음이 들어서 표현을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찌 됐든 첫 사회생활의 첫 상사고 같이 일했을 때는 물론 미움도 있었겠지만 정이라는 게 나도 모르게 쌓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부장님의 짠한 모습을 봤을 때 마음이 먹먹해지는 감정을 송희도 느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엔딩에서 권송희는 마침내 대리로 승진해 대학생 멘토로서도 활약한다. 엔딩 이후 미래를 상상해본 적 있는지 묻자 하서윤은 “대리 진급하기 전까지 권송희는 마음속으로 항상 이직을 준비했다면 조금은 그 마음이 수그러들지 않았을까. 성과 욕심도 있고 자기 일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한 단계씩 올라가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김낙수가 퇴직하고 난 뒤 집에 들어와 아내 박하진(명세빈)에게 위로받는 모습을 꼽았다. 박하진은 25년간 일한 회사에서 갑자기 퇴직하게 된 남편을 향해 “고생했다, 김낙수”라며 따뜻하게 안아주고 토닥인다. 하서윤은 “임팩트가 굉장히 강했던 장면이었다. 대본으로 봤을 때보다 실제 방송을 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먹먹해지고 마음이 울렁거렸다. 감정들이 많이 요동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류승룡 선배님이 ‘미안해’라고 한 말도 애드리브라고 알고 있는데 ‘저런 데서 쓰는 게 정말 좋은 애드리브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눈물이 저절로 나오더라”라며 “방송 끝나고 단톡방에서 다들 울고 있다고 난리가 났었다”고 떠올렸다.
명세빈을 두고도 “어떻게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대단하셨던 것 같다. 하진이를 모두가 찬양하게끔 연기를 하셨다”며 “저희가 마지막 방송이 끝나고 감독님과 류승룡 선배님, 명세빈 선배님에게 전화를 돌렸다. 다들 ‘선배님 아름다우시고 멋있으시고 함께해서 행복했다’는 말들을 전하면서 찬양했다”고 웃었다.
다양한 유형의 사람이 모였던 극 중 ACT 회사. 그중 가장 닮고 싶은 회사 선배에 대해 하서윤은 “인간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가장 되고 싶은 사람은 송 과장님이지 않을까”라고 고민 끝에 답했다. 이어 “좋은 어른이지 않나. 권송희를 준비할 때도 송 과장님을 좋은 어른, 좋은 상사로 많이 바라보려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년의 표상을 그린 작품인 만큼 하서윤이 그리는 중년의 삶은 어떨까. 그는 “배우로서는 지금 추구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잃지 않고 그대로 나아가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인간 하서윤으로서는 저보다 어린 사람이 봤을 때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 돼 있었으면 좋겠다. 배우로서든 사람으로서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드라마는 가짜 행복 속에 둘러싸여 있던 김낙수가 진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하서윤의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재밌는 일을 하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 재밌는 일은 정말 촬영이나 새로운 역할을 만났을 때다. 그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서 더 다양한 모습으로 빨리 다음 작품을 만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던 하서윤이다. 지금도 그 마음이 변함이 없는지 물음에 그는 단번에 “그럼요”라고 답했다. 하서윤은 “점점 갈수록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마다 즐거움을 많이 느낀다. 역할이 정말 다양하다 보니까 캐릭터를 맡았을 때 다른 모습이 나오는 것처럼 또 다른 내 모습을 찾아가는 재미가 갈수록 커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초에 종영한 ‘다리미 패밀리’와 영화 ‘스트리밍’, 그리고 ‘김부장 이야기’까지 어느 때보다 열일한 한 해를 보냈다. 하서윤은 “올해 다양한 작품이 운이 좋게 많이 나왔다. 내년에도 더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역할로 만나뵐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내년 각오를 밝히며 활약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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