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구현 한류연구소장·전 한양대 연구교수 |
한류 2.0이 증명하듯 현재 대한민국은 뛰어난 엔터테인먼트 기획력을 갖추며 문화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기획력만으로 한류 2.0의 상승세를 이어가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순수와 성숙의 양면성을 전면으로 내세운 소녀시대와, 첫사랑의 아련함을 간직한 욘사마의 성공에는 단순한 기획을 앞서는 문화적 파급력이 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문화계 전반에서 높아지는 ‘콘텐츠 육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한국은 콘텐츠 육성에 유독 야박한 나라다. 카페에서 몇 시간이고 앉아 써내려갔다는 ‘해리 포터’시리즈로 영국 여왕 다음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조앤 롤링의 성공 스토리는 찾아보기 힘든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최근 많은 소설이나 만화가 영화로, 드라마로, 게임으로 제작되고 있지만 잘 쓴 작품을 다른 엔터테인먼트로 확장하는 일 뿐만 아니라 상품화 된 다음에도 저작권 논쟁, 수익구조 등 어려움이 많다.
한류 콘텐츠 육성을 위해 제작 환경의 수익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장기적이고 대대적인 투자 역시 필요하다. 그 중 고무적인 것은 올해 초 공중파 드라마의 PPL(간접광고) 허용에 따른 방송광고 시장의 급변이다. 이미 성공적인 PPL 드라마인 ‘내조의 여왕’과 ‘아이리스’, ‘찬란한 유산’처럼 상업적인 면과 작품성이 적절히 조화된 경우가 쏟아지고 있다. PPL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드라마 제작사의 수익이 창출돼 안정적으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제작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애초에 한류가 문화적 거부감이 없어 ‘맥도널드’로 일컬어지는 할리우드 문화의 장점을 벤치마킹해 성공을 거두었던 것처럼, 이제 할리우드의 자본집약적인 콘텐츠 육성 시스템 또한 재빨리 도입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한류 2.0의 강점인 기획력을 이어 갈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스토리를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대대적인 투자를 통한 작가 육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류의 장점인 정서와 기획력에 ‘스토리’를 더할 수 있다면 더욱 막강한 한류 3.0의 도래도 멀지 않을 것이다.
한구현 한류연구소장·전 한양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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