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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기자의 G-세상 바로보기]어설픈 아이온에 묻어가기

입력 : 2009-06-16 17:49:19 수정 : 2009-06-16 17: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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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에서 헤일로 효과(halo effect)란 이론이 있습니다. 명성이나 인지도를 선취한 대상을 등에 업고 후광을 입는다는 것인데요. 게임업계에는 전작의 명성이 차기작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에 적용하곤 합니다.

반대로 경쟁작으로서는 경쟁을 자극하는 구호를 곁들이며 시선을 끌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을 따라잡겠다’는 식을 들 수 있습니다.

요즘 업계 최대 이슈 메이커로 등극한 엔씨소프트 ‘아이온’은 이처럼 후속 게임들이 한번씩 엮어보고 싶은 대상입니다. 무려 8개월째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데다, 중국에서는 서버가 모자라 대기 인력이 수십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아이온’ 따라하기 또는 따라잡기는 어느새 흔한 풍경처럼 돼버렸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앞서 ‘아이온’이 공개 서비스에 돌입하던 지난해 말부터 감지됐는데요.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CJ인터넷 ‘프리우스 온라인’은 비교 마케팅을 통해 ‘아이온’과 은근히 경쟁 작품으로 인식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두 게임의 현실은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졌죠.

올해 초부터는 ‘아이온’ 흠집내기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기도 했습니다.
 
‘아이온’이 장기 집권할 가능성을 보이자, 유사 게임들이 출시를 미루거나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푸념에서 출발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노골적으로 ‘아이온이 게임시장을 왜곡시킨다’라거나 ‘막대한 자본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는데요.

그러나 지난 3년간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에는 수백억원을 투입한 블록버스터급 대작일지언정 성공한 작품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이온’으로 책임을 전가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는 주장이었습니다.

업계의 시샘은 시간이 흐르자 이젠 ‘묻어가기’로 변모하는 양상입니다. 신작 발표회마다 “‘아이온’을 경쟁 상대로 삼았다”라는 구호가 넘쳐납니다. ‘비메이커’라는 설움을 극복하기 위한 지푸라기 잡기인 셈입니다.

최근 KTH는 게임사업 발표회를 통해 “해외에서도 ‘아이온’에 뒤지지 않는 선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라며 신작을 소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은 KTH의 선언에 고개를 갸우뚱했을 정도입니다. 이밖에 다수 게임업체들은 직간접적으로 ‘아이온’에 묻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물론, ‘잘 나가는’ 작품을 목표로 개발에 충실도를 높인다면 순기능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이온’과 결부되면서 잠시나마 시선을 끌어보려는 얄팍한 전술이 숨겨져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실제 ‘아이온 타도’를 주창했던 대부분의 게임은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잊혀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잠시 눈길만 끌었을 뿐 속이 튼실하지 않으니, 똑똑한 게이머들이 금세 콘텐츠의 부실함을 알게 되는 것은 자명합니다.

이른바 ‘물타기 마케팅’은 생명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차별화된 콘텐츠가 없는데 원래 즐기는 게임을 버리고 굳이 옮겨갈 이유가 만무합니다.

‘아이온’의 흥행이 한국 온라인게임산업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된 것처럼, ‘포스트 아이온’ 시대를 이끌어갈 충실한 작품이 등판하길 고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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