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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기자의 G-세상 바로보기]정부의 과도한 'GCO 사랑'

입력 : 2009-07-27 16:58:14 수정 : 2009-07-27 16: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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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한 통의 ‘당혹스러운’ 메일을 받았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송한 이 메일은 오는 7월31일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게임컨벤션(GCO)에 게임산업 주무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서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할 것이라는 보도자료였습니다. 또한, 엔씨소프트 등 무려 19개 한국기업들이 참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올해 전시회는 한국이 동반국가(Partner Country)로 초대받았다’는 자랑도 친절하게 첨부돼 있었는데요. 진흥원은 이를 두고 ‘온라인 게임 종주국을 인정받았다’는 뜻으로 풀이했습니다. 민·관을 막론하고 게임 관련 인사들이 12시간 이상 소요되는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셈입니다.

 GCO에 얼마나 큰 공을 들이는지는 참관 주체부터 다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산업통상진흥원, 코트라가 함께 한국 공동관으로 참가한다고 합니다. 한 달전부터 업체의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전시장 부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선심성 제안도 했죠.

 정부의 ‘애정공세’와는 반대로, 실제 참관 기업들은 “마지못해서”라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GCO에 부스를 개설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별로 보여줄 것도 없는데…”라며 말끝을 흐립니다. 전시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옆나라 중국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GCO보다 일주일 먼저 개막한 중국 ‘차이나조이’ 전시회는 넥슨과 NHN 등을 제외하고는 한국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기조연설이나 각종 컨퍼런스에 참석한 ‘대한민국’ 정부 관계자들의 모습 역시 발견하기 힘들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황금어장’을 발견한 것처럼 관료들이 먼저 나서 ‘중국’을 외치던 장면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습니다.

 온라인 게임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유럽 시장에 콘텐츠를 소개하기 위해 참관단을 꾸리고 지원하는 것, 어찌 보면 바람직한 활동입니다. 문제는 ‘시기’입니다. 이번 차이나조이 행사는 최근 한국 게임기업들이 겪고 있는 피해를 고민해볼 수 있는 최적의 자리였습니다. 로열티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베끼기 작품이 판을 치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직 실태 파악조차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사회주의국가라는 특수성 탓에 중국에서 민간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정부 당국 한 마디에 정책·기조가 바뀌는 현실을 풀 수 있는 것은 정부간 교류와 협력뿐입니다.

 산적한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양적 팽창만 강조하는 정부와 유관 단체의 행보는 진심성을 의심할 만합니다. ‘잡은 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지만, 그 고기가 부패하고 먹지 못하게 되도록 방치했다면 책임소재는 분명히 가려야 할 것입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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