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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기자 G-세상 바로보기] 고포류의 유혹

입력 : 2010-11-08 16:45:02 수정 : 2010-11-08 16: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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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고아를 길러준 병원장 부부가 있습니다. 고아는 이 집안의 딸과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나 돌연 다른 사람과 결혼식을 올리고, 병원도 빼앗아 자신의 처가에 바칩니다. 남자의 일탈은 자신을 거둬준 집안의 어머니가 친 어머니를 죽게 한 장본인이란 사실을 알게 된 연유입니다. 여자 역시 복수의 칼을 갈게 됩니다. 그녀는 우연이 결부됐다손 치더라도 남자의 장인과 결혼합니다. 시간이 흘러 여자는 남자가 복수하게 된 이유를 알고 뒤늦게 사과하지만, 시댁 식구들이 둘의 과거를 눈치 채자 나이 많은 남편과 이혼합니다. 때마침(?) 남자가 췌장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아 쓰러지고…. 막장의 백과사전 같은 이 구도는 ‘황금물고기’라는 드라마속 줄거리입니다.

 아침 드라마는 막장 요소가 흥행을 가릅니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의 복수를 그린 ‘분홍립스틱’은 높은 인기 덕분에 ‘출근을 방해하는 드라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고, ‘주홍글씨’와 ‘여자를 몰라’도 내연 관계를 소재로 나쁘지 않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대로, 막장 요소가 덜했던 ‘엄마도 예쁘다’는 6%대 시청률로 조용히 막을 내렸고 청정(淸淨)을 선언한 후속작 ‘사랑하길 잘했어’의 경우 현재 시청률이 5% 내외에 불과합니다.

 한국 드라마가 언제부터 불륜과 배신, 원한과 복수가 넘치는 막장 형식으로 변모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수년전부터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는데요. 물론, 현실성이 떨어지는 막장 요소는 시청자들의 입방아에 오릅니다. 그럴수록 재미를 얻는 구심점으로 변형돼 시청률을 담보하는 아이러니로 돌아옵니다.

 이처럼 외면하기 힘든 유혹은 온라인 게임계에서도 발견됩니다. 바로 고스톱과 포커의 줄임말인 고포류 시장입니다. 웹보드 게임 가운데 일부인 고포류는 NHN 한게임이나 네오위즈게임즈 등 게임 유통사와는 떼어놓을 수 없는 성장축입니다.

 고포류형 게임에는 사행성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일명 사이버머니 충전시스템 때문입니다. 현금을 사용한 직접 충전은 불법이니, 게임속 캐릭터(아바타)를 치장한다는 명목으로 간접 충전방식이 도입됐는데요. 이를 두고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입법기관인 국회는 물론, 시민단체들은 공론화할 태세입니다.

 고포류 시장 최대 수혜주인 NHN 한게임은 이로 인해 곤혹스러운 입장입니다. 매년 9월쯤이면 국회 국정감사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니, 속앓이만 할 뿐입니다. 고포류 관련 매출, 심지어 웹보드 게임의 매출을 별도로 밝힐 수도 없습니다. 결국 아킬레스건이 되는 셈입니다. 게다가 억지로라도 고포류 매출을 줄여야 하는데 쉽지는 않고, 노력한 들 풍선효과처럼 경쟁사로 옮아가니 사면초가 형국입니다.

 고포류는 막장 요소가 시청률을 담보한 것처럼, 그동안 NHN 한게임에 튼실한 종잣돈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렇게 모인 자금으로 1년에 수백억원씩 게임 확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런데도 마땅한 히트작이 없으니 밑 빠진 독에 물붓기나 마찬가지입니다.

 NHN 한게임으로서는 시한폭탄처럼 여겨지는 고포류를 어떻게 매듭짓느냐에 고민하고 있지만, 결과에 따라 자칫 실탄 부족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문제입니다. 더군다나, 예전 명성을 잃고 있는 상황에 총알마저 바닥나면 사업 자체를 재논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뿌리치지 못할 유혹이라면 과감하게 무시하고 유지할 것인지, 시청률 하락을 각오하고 떨쳐버릴지. 선택과 결과 모두 NHN 한게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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