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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7-04 20:52:15, 수정 2017-07-04 20:52:15

[차길진과 세상만사] 119. 윤회의 법칙

  • 오비이락(烏飛梨落), 즉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이 말은 일이 공교롭게 벌어질 때 하는 말이지만 불가에서는 인과(因果)가 있음을 말한다. 까마귀가 훨훨 날아오르는 순간 그만 배가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 배가 나무 밑을 기어가던 뱀을 죽였다. 뱀은 멧돼지로 환생해 바위를 굴려 알을 품고 있던 까마귀를 죽였고 까마귀는 다시 사냥꾼으로 태어나 멧돼지를 총으로 쐈다. 죽은 멧돼지는 사냥꾼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를 괴롭히는 패륜아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사냥꾼은 알지 못한다. 이것이 무의식적 인과(因果)라는 사실을.

    얼마 전 양산에서 아파트 도색작업을 하던 인부가 떨어져 죽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작업하던 인부의 핸드폰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며 옥상에 올라가 줄을 끊어버려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이 뉴스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그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나 역시 황당하면서도 순간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 전생의 보이지 않은 인연이 있었음을 알았다. 하지만 이 사고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것은 결국 남아있는 사람이다.

    언젠가 유난히 얼굴이 어두운 남자가 찾아왔다. 푸석한 얼굴에 검은 정장. 무언가 죄의식에 사로잡혀있는 듯 눈동자는 불안했다. “교도소에서 출감한지 얼마 안됐습니다.” 그의 첫마디였다. 과연 무슨 죄를 졌기에 형까지 살았어야만 했는가. “사실 나이 어린 조카를 제 손으로 죽였습니다.”

    그러나 분명 고의는 아니었다. 조카를 끔찍이 사랑했던 그는 어느 날 조카가 심한 장난을 치자 잘 타이른다고 평소 잘 하던 권투놀이처럼 슬쩍 배를 때렸는데 그만 장파열로 죽고 만 것. “장난처럼 때렸는데 어떻게 장파열로 죽을 수가 있습니까?” 물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알 수 없는 살기가 순간적으로 그의 손에 스며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아직도 조카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법사님 죽은 조카가 제 자식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과실치사라는 현실적인 형벌을 받았지만 조카에게 속죄할 방도를 찾기 위해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구명시식 당일. 그는 조카를 위한 장문의 편지를 준비했다. 그리고 조카 영가가 찾아온 영단 앞에 앉아 촛불 아래서 조용히 낭독하기 시작했다.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니? 제발 내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다오. 평생 속죄하며 살 수 있게….” 눈물의 편지를 읽는 동안 나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말았다. 어린 조카와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악연으로 맺어져 있었던 것. 악연의 시작은 조부(祖父)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의 조부는 황해도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셨다. 애국심이 투철하셨던 그 분은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일제에 항거하다 결국 집요하게 추적했던 일본 경찰에게 잡혀 심한 고문을 당하던 중 장파열로 순국하셨다. 바로 그 조부님이 그의 전생이었고 조부를 장파열로 숨지게 한 일본 경찰은 조카로 환생했던 것이다. 참혹한 윤회의 결과였다.

    “혹시 조부께서 독립운동을 하시다 고문을 받고 돌아가시지 않으셨습니까?” 기억을 더듬던 그가 말했다. “맞습니다. 어렸을 적에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면 혹시?” 사실을 안 그는 손에 들었던 편지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너무 놀라 한동안 말을 잊고선 영단을 바라봤다. 한순간 그의 모습에서 조부님의 영가가 오버랩 됐다. 이로써 현생에서 벌어진 사건의 원인이 밝혀진 것이다.

    “조카가 자식으로 태어난다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상극의 인연을 상생의 인연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악연으로 맺어질 수 있습니다.” 내 말에 그는 연속되는 악연의 고리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해했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 그리고 인과는 철저히 윤회한다. 그래서 선업(善業)을 통해 현생의 악연 뿐 아니라 전생의 악연까지 풀어야 한다. (hooam.com/ whoiamtv.kr)

     

    ◇차길진  

    [약력]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 (사)후암미래연구소 대표, 차일혁 기념사업회 대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운영자문위원, 현 경찰박물관 운영위원, 화관문화훈장 수훈,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대행 

    [저서] 어느날 당신에게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전쟁, 효자동1번지, 영혼산책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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