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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09-01-20 21:41:55, 수정 2009-01-20 21:41:55

    [와이드 인터뷰]4번의 기흉수술, 현대캐피탈 박철우 “수술 아문 자리 다시 돋는 열정”

    고질병 되버린 연약한 폐
    기회라는 생각으로 극복
    올시즌 후위공격1위 결실
    • 팽이는 때릴수록 빨리 돌고, 강철도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 이 원리는 때로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한 남자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프로에 입문하던 시절 그는 세계적인 스타에 비견되는 미완의 스타였다. 그러나 프로에 조금씩 적응해나가던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망망대해에서 이제 막 목적지를 찾아 나선 작은 배에 태풍이 불어닥친 것. 하지만, 그 작은 배는 좌초되지 않았다. 오히려 파도를 넘고 바람을 가르는 법을 배우며 큰 배가 됐다. 폐 수술을 네 번이나 받고도 다시 최고공격수로 우뚝 선 박철우(24·현대캐피탈)의 이야기다.

      ▲시련? 아니죠, 기회? 맞습니다

      박철우에게는 ’체력이 약한 선수’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는다. 2008∼2009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3라운드가 끝난 현재 득점 7위(192점), 서브 5위(세트당 0.24개), 후위공격 성공률 1위(58.62%)를 기록하고 있지만, 출전 경기수나 출전 세트는 다른 선수에 비해 적다. 약한 체력 때문에 출전시간을 조절한 탓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199㎝, 89㎏의 체격조건은 배구선수로서 이상적이지만, 그의 폐는 연약하다. 고교시절 갑작스럽게 찾아온 뒤 고질병이 되어버린 ‘기흉’(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는 질환)으로 인해 지금껏 네 차례나 수술대에 오른 탓이다.

      그러나 박철우는 이를 극복했다. 긍정적인 생각과 타고난 성실함으로 힘든 재활을 버텨낸 결과다. “처음부터 시련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공도 바닥에 튕겨야 위로 올라오잖아요. 새로운 기회이자 전환점이라고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수술 후 재활과정에서는 팬의 격려가 큰 도움이 됐다.

      ▲배구는 나의 운명

      힘든 고비를 겪으면서도 박철우는 단 한 번도 배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처음 배구를 시작할 때부터 평생을 함께 할 운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 박철우가 처음 배구를 접한 것은 경북사대부중 1학년 시절. 그러나 박철우는 사실 그보다 1년 앞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워낙 키가 컸거든요. 게다가 왼손잡이라니까 배구부가 있는 학교에서 저를 스카우트하러 오셨었죠. 그런데 그때는 운동선수에 대한 거부감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싫다고 했죠. 솔직히 배구보다 농구가 더 좋기도 했고요”. 하지만, 배구의 신은 박철우를 포기하지 않았다. 중학생이 된 박철우는 그해 가을 또 다시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그런데 집에 찾아온 관계자들이 바로 1년 전에 왔던 그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박철우는 “초등학교 때 오셨던 분들이 또 오셨길래 ‘아, 이게 내 길인가보구나. 그렇다면 기회를 잡자’라고 생각했어요. 1년 사이에 철이 좀 든 셈이죠”라며 배시시 웃는다.

      ▲세계 최고 선수와 교수님 꿈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배구지만, 박철우는 곧 두각을 보였다. 경북사대부중-경북사대부고를 거치며 문성민, 김요한 등과 함께 고교 유망주로 손꼽혔던 박철우는 대학 진학대신 2003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한다.

      ‘제2의 김세진’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으며 기흉 수술과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2006 KOVO컵 MVP와 2008 KOVO컵 MVP를 차지했다. 그러나 박철우는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했다. “솔직히 다른 선수들에 비해 운동신경이 둔해요. 지금 이 정도로 배구하는 건 정말 ‘용’된 것이죠. 다 지금까지 좋은 선생님들을 만난 덕분이에요”. 박철우는 지금껏 만난 은사들에게 공을 돌리며 “중학교 때 처음으로 배구를 가르쳐주신 이종순 선생님과 자신감을 심어주신 정용탁 코치님, 그리고 투지와 독기를 가르쳐주신 김호철 감독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철우의 꿈도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자신을 키워준 은사들처럼 자기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까닭이다. 현재 명지대 체육학과에 재학중인 박철우는 “배구 선수로서는 세계 최고가 되고 싶어요. 어디가 됐든 해외리그도 진출하고 싶고요. 그런 뒤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따고 강단에 서는게 제 꿈이에요”. 벌써부터 강단에 선 자신을 떠올린 듯 박철우의 눈빛이 희망으로 빛났다.

      용인=스포츠월드 글 이원만, 사진 김용학 기자 wm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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