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선수에게 등번호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번호에 따른 징크스가 있을 정도다. 그래서 누구나 선호하는 번호가 있게 마련. 프로야구 롯데 투수 김사율(29)도 마찬가지였으니 그에게는 ‘34번’이 아주 특별한 번호였다.
이번 시즌 롯데의 많은 선수들이 배번을 바꾼 가운데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지난 시즌까지 투수 이용훈이 달고 있던 34번을 넘겨받은 김사율이다. 경남상고 졸업 이후 무려 10년 만인 2009시즌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34번을 되찾는 감격을 누렸기 때문이다.
고교 시절부터 34번을 달고 뛰었던 김사율은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주목받았다. 이 덕에 199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순위로 롯데에 입단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가 원한 배번은 34번.
그러나 그의 경쟁자는 외국인 선수인 펠릭스 호세였다. 하필이면 김사율과 같은 해에 롯데에 입단한 호세에 김사율이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호세는 당대 최고의 용병으로 평가받으며 인기를 구가해 오랜 기간 등번호를 찾아올 기회를 잃었다. 2003년 김사율에게 드디어 기회가 오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레이드가 문제였다. 투수 선배인 이용훈이 SK에서 이적하면서 원래 달던 34번을 고수, 김사율은 다시 한번 꿈의 번호를 놓친 채 군입대를 택하게 된다.
전역 후라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오히려 이용훈과 함께 호세가 재 입단해 34번을 노리는 선수가 3명이나 됐고 결국 이용훈이 승리했다. 하지만 10여년을 기다린 김사율에게도 기회가 왔다. 지난해 2월22일 첫째를 득남한 이용훈이 배번을 22로 바꿔달기로 결심한 덕이다.
어렵게 34번을 되찾은 김사율은 팀의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던 고교시절의 기를 이어받은 듯 사이판 전지훈련에서 더욱 힘을 내 공을 던지고 있다.
스포츠월드 송용준 기자 eidy015@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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