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터 권영민은 주저없이 ‘믿을맨’ 박철우에게 볼을 높게 띄웠다. 반사적으로 높게 튀어오른 박철우는 과감하게 백어택을 날렸다. 속사포처럼 날아간 볼은 대한항공 코트를 통타했다. “박철우”란 연호로 가득찬 경기가 듀스에 돌입한 순간이다. 박철우는 이어 15-15에서 대한항공 주포 밀류셰프의 스파이크를 블로킹 성공시켜 16-15로 현대캐피탈에 리드를 안겼고, 마지막 윤봉우의 블로킹도 어시스트해 17-15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09∼2010 NH농협 남자 프로배구 1라운드 2차전 대한항공과의 홈 경기에서 박철우는 36점을 올리며 현대캐피탈의 3-2(25-16 24-26 19-25 25-19 17-15) 역전승을 이끌었다.
삼성화재와의 개막전 패배로 2연패 위기에 몰렸던 현대캐피탈은 1-2로 끌려가다 어렵사리 승부를 뒤집으며 위기에서 탈출했다.
박철우는 허리 부상 중임에도 김호철 감독에게 “테이핑을 해서라도 출전하겠다”고 출전 의지를 밝히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블로킹에도 적극 가담해 6개나 성공시키며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첫 세트를 따낸 뒤 내리 2세트를 내줘 1-2로 쫓겼던 상황을 떠올린 그는 “중요 시점에서 포인트를 따내지 못해 끌려갔다”면서 “작년 홈 개막전에서도 져서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았는데 기쁨을 주기 위해 뛰었다”고 말했다. ‘거미손’ 윤봉우는 블로킹 11개로 한 경기 개인 신기록을 세우며 현대캐피탈의 역전극에 힘을 보탰다. 그는 “우리 팀 무기가 블로킹 아닌가. 책임감을 갖고 뛰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대한한공은 5세트 14-11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으나 주포 밀류셰프의 공격이 잇따라 막히며 2연패에 빠졌다.
한편 정규리그에 처음 출전한 ‘독사’ 김남성 감독이 이끄는 우리캐피탈은 신협 상무에 2-3(24-26 23-25 21-25 20-25 11-15)으로 패하는 쓴맛을 봤다. 처음 두 세트를 내주고 풀세트로 끌고 가는 집념을 보였지만 29점을 올린 상무 김정훈을 막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김 감독은 “개막 경기에서 승리하기란 힘든 법”이라며 “욕심을 내서 졌다”고 평했다.
천안=스포츠월드 국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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