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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대표팀의 ‘강백호’ 김요한(왼쪽)과 ‘스님’ 문성민이 훈련 후 땀에 젖은 유니폼을 갈아입고 있다. 사진=이원만 기자 |
“스님! 고기 드셔도 되나요?”. “강백호, 언제 배구로 전향한거야?”
진짜 ‘스님’이라면 육식을 멀리하고, 실제 ‘강백호’라면 슬램덩크를 찍어댈 것이다. 하지만,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의 ‘스님’은 고기를 잘 먹고, ‘강백호’는 농구공이 아니라 배구공이 터질 듯한 강스파이크를 펑펑 날린다. ‘꽃미남’에서 터프한 삭발머리로 이미지를 바꾼 문성민(24)과 김요한(25)이 바로 배구대표팀의 ‘스님’과 ‘강백호’다.
똑같이 198㎝의 장신 레프트 공격수인 두 선수는 대학시절부터 배구 실력 뿐만 아니라 잘 생긴 외모로도 큰 인기를 끌어왔다. 두 명의 ‘꽃미남’들은 그 동안 장발, 퍼머, 염색 등 다양한 헤어스타일로 여성팬들의 ‘완소남’이 돼 왔다. 하지만, 올해 월드리그에서는 두 선수의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나란히 머리를 빡빡 밀어서 거친 사나이의 인상을 물씬 풍기고 있는 것.
문성민은 월드리그 대표팀에 합류하기 직전 머리를 밀었고, 김요한은 지난 6일 네덜란드와의 2차전이 끝난 뒤 주황색 퍼머머리를 망설임없이 잘랐다. 잡념을 떨쳐내고 배구에 조금 더 집중하려는 마음이 담긴 삭발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김요한은 허리가 좋지 않은 탓에 네덜란드와의 1, 2차전을 통틀어 단 1득점에 그치자 대표팀 숙소에서 전기이발기를 갖고있던 문성민에게 머리를 밀어달라고 했다. 그러니까 김요한의 헤어스타일은 문성민의 작품인 셈.
같은 삭발이라도 느낌은 서로 다르다. 문성민의 파르라니 깎은머리가 ‘스님’을 연상케 한다면, 주황색 염색기가 아직 남아있는 김요한은 영락없는 만화캐릭터 ‘강백호’다. 겉모습이야 어찌됐든, 이들 ‘스님’과 ‘강백호’는 현 대표팀 공격의 기둥들이다. 월드리그에서는 아직 기량이 완전치 않아 6연패를 막지 못했지만, 대표팀의 최종목표인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서는 이들이 제 기량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신치용 감독도 “결국은 두 사람이 해결사가 돼야 한다. 월드리그는 일종의 시험무대로 생각하고, 계속 이들에게 기회를 줘 아시안게임 우승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스님’과 ‘강백호’가 한국 배구의 진정한 에이스가 될 날이 기대된다.
리우데자네이로(브라질)=스포츠월드 이원만 기자 wm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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