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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20 03:18:00, 수정 2018-11-19 16:36:12

    [SW신간] ‘탐식생활’, 수요미식회에도 안나온 ‘현실 정보’ 책 한권에 가득

    • [스포츠월드=전경우 기자] ‘저마다 이름을 불러주면 꽃이 된다는데, 딸기는 왜 모두가 그저 딸기일까?’ 이 단순한 질문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우리가 마트에서 딸기를 살 때 ‘설향’, ‘장희’, ‘죽향’, ‘육보’ 등 제대로 된 품종과 산지를 알게 된 것은 누군가의 집요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꿀딸기’, ‘설탕딸기’, ‘다라딸기’ 등 애매하고 미개한 표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탐식생활’의 저자 이해림은 자칭 ‘탐식가’다. ‘탐식가’란 무엇인가? 이 책을 열어보면 뭐가 다른지 딱 느낌이 온다. ‘포세이돈의 창’처럼 시퍼런 포크가 튀어나오고 뒷장에는 그 연장에 온갖 식재료가 꿰어져 있다. ‘먹이’가 앞에 있다면, ‘탐식가’는 ‘미식가’보다 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긴 혀를 날름거리길 주저하지 않는다. ‘미식’을 다루는 많은 책들이 경험과 감성의 영역을 건드린다면, ‘탐식가’는 뇌의 일정 부분을 고RPM으로 돌려 나오는 이성의 힘을 믿고 식탁을 마주한다. 

       

      저자 본인의 설명을 보면 ‘‘탐식가’는 보다 원초적이고 탐구적이며, 더 집요한’ 존재다. “왜 더 맛있을까?”에 대한 답이 ‘탐식가’의 먹는 법이며, 그 험난한 ‘먹이활동’의 과정은 356쪽의 책 한권에 활자로 새겨져 남았다.

      이 책은 한국일보 연재를 위해 2016년∼2018년 912일간 취재한 내용이 뼈대가 된다. 일간지 연재물의 특성상 (비교적)대중적인 아이템을 선택했고, 중학생도 알 수 있는 쉬운 언어로 풀어나갔다. 제법 인기가 있었던 이 연재물은 SNS를 통해 장마철 곰팡이처럼 무섭게 퍼져 나가며 ‘먹방 생태계’의 많은 부분을 후벼 파고 뒤흔들었다. ‘키보드 워리어’가 문헌을 찾아 쓴 글이 아닌, 밭에서 뽑아 올린 흙뭍은 당근처럼 튼실한 글이다. 책 구석구석 무척 친절하고 성실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데, 재료의 이름이나 조리법 등을 원문 그대로 쓰는데 게으름이 없고, 문헌의 출처가 있다면 반드시 밝혔다. 직접 발로 뛰며 만나보고, 찾아보고, 물어보고, 요리하고, 먹어본 취재의 내용은 저자의 체중도 늘렸겠지만, 고강한 내공을 지닌 진짜 ‘탐식가’로 거듭날 유일한 ‘정공법’이 아니었을까? 

       

      연재 당시 봤던 내용도 있지만 새롭게 보강된 내용도 있다. 그리고, 드라마와 영화는 서사의 구조와 감동이 다른 법이다. 강태훈 사진가의 아름다운 사진도 단행본에서 더욱 빛난다. ‘수확시기순’ 사과 품종의 특징 같은 전문적인 내용을 바로 찾아보려면 아무래도 단행본이 편하다. 

       

      ‘계절탐식’, ‘일상탐미’, ‘외식탐구’, ‘술의찬미’로 크게 구분을 했는데, 잘 읽어보면 모든 글은 서로 연결이 되는 구조다. 

       

      ‘XX는 OO이 가장 맛있다’라고 단정 짓는 표현을 찾아보기 어려운, 일종의 ‘열린 결말’이 이 책의 미덕이다. 책은 ‘나는 탐식가다’로 시작해 ‘맛이 없다’로 끝난다. 여전히 배가 고픈 저자의 ‘시즌2’를 기대해 본다. 

       

      -돌베게, 신국판, 356쪽

       

      ◆이해림

       

      푸트라이터, 콘텐츠 디렉터. 별 한 일도 없이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패션 잡지 피처 에디터로 오래 일하다 탐식 적성을 살려 푸드 라이터로 나섰다. 신문과 잡지 등 각종 매체에 칼럼을 싣고 있으며, 몇 권의 책을 항상 준비 중이다. 콘텐츠 디렉터로서는 콘텐츠/브랜딩/이벤트 등 전방위에서 무엇이든 부지런히 기획하고 있으며, tvN ‘수요미식회’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퇴근 후에는 먹으면서 먹는 애기하는 먹보들과 술자리를 즐긴다.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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