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다음

    입력 2019-01-04 10:34:36, 수정 2019-01-04 11:30:24

    [화씨벽:김용준 프로의 골프볼 이야기] 참외밭에서 신발끈 고쳐 매지 마라

    • #골프규칙에 관하여 <6편>

       

      ‘참외밭에서 신발끈 고쳐 매지 마라’. 새 골프 규칙엔 더 어울리는 속담이다. 내 볼인지 확인할 때를 떠올려 보자. 이제 다른 플레이어에게 알리지 않고 볼을 집어 들어도 된다. 다른 플레이어에게 감시할 기회를 주지 않아도 문제 없고. 볼 확인 절차는 훨씬 간단해졌다. 그냥 마크하고 집어 올려서 내 볼인지 확인하면 된다.

       

      그 다음에는? 반드시 제자리에 돌려놔야 한다. 흙으로 범벅이 돼서 내 볼인지 도저히 확인할 수 없는 경우를 빼고는 볼을 닦으면 안 된다.

       

      바로 이 두 가지가 고비다. 먼저 제자리에 돌려놓기 즉, 리플레이스다. 볼을 확인한답시고 집어 올려 슬쩍 더 좋은 곳에 내려놓는다면? 엄연히 규칙 위반이다. 악마가 하는 속삭임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마음속 천사가 궁지에 몰릴 때면 내 다음 말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조금만 관록이 붙어도 다른 플레이어가 불필요하게 볼을 확인 하는 지 알 수 있다’는 말. 어떤가? 큰 내기가 아니라면 유혹을 이길 수 있지 않겠는가? 고의가 아니라도 리플레이스가 어려울 때도 있다. 긴 풀에 볼이 얹어져 있을 때다. 볼 포지션은 전후좌우 뿐 아니라 높낮이도 포함한다. 풀에 잠긴 깊이도 문제라는 말이다. 리플레이스 하려는 데 똑같은 높이(결국 깊이)에 볼을 세울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대한 비슷하게는 놔야 한다. 두 번 시도해봤는데도 안되면? 그제서야 바로 옆에 최대한 원래 상황에 가깝게 놓아야 한다.

       

      남 눈을 피해 볼 닦는 짓도 하지 말아야 한다. 모래나 흙을 늘 닦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샷이 한결 쉽다. 이슬만 닦아도 그렇다. 그러나 볼을 확인하면서(혹은 확인하는 척 하면서) 슬쩍 주물러 볼을 닦는다면? 엄연히 규칙을 어긴 것이다.

       

      참외밭에서 오해를 사는 일은 패널티 구역에서도 벌어지기 십상이다. 패널티 구역에서도 루스 임페디먼트를 치울 수 있으니 말이다. 낙엽 따위를 치우려다 볼이 움직일 것 같으면? 포기하고 그냥 치는 게 낫다. 볼을 움직여 놓고 실수를 자백할 ‘절대 매너’를 갖지 못했다면 말이다. 나는 애초에 그런 상황을 안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 작은 실수까지 다 자수할 자신은 없으니까. 아직 분리되지 않은 갈대를 꺾는 것은 반칙이다. 말랐다고 루스 임페디먼트가 된 것은 아니니까. 패널티 구역에서 ‘벌초’는 여전히 금물이다. 풀을 짓밟거나 클럽을 휘둘러 베어버리는 짓 말이다. 패널티 구역에서 연습 스윙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스윙 구역까지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다른 플레이어 퍼트 선 밟기는 여전히 실수다. 아무리 퍼팅 그린에서 스파이크 자국을 고칠 수 있게 규칙이 바뀌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일단 밟았다면 퍼터로 몇 번 토닥거린다고 완전히 원상복구 되는 것은 아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설명을 조금 더 보탠다. 골프볼이 사람 키만 하다면 스파이크 자국은 얼마나 깊은 것일까? 화단 턱만 하다고 보면 된다. 사람 키만한 볼이 굴러가다가 화단 턱을 만나면? 안 튀고 배기겠는가? 수리해도 여전히 울퉁불퉁 할 것이다. 퍼팅 그린에서는 다른 플레이어 볼 마크가 어디 있는지 잘 챙겨봐야 한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돌아서 다니고. 혹시 실수로 남 퍼트선을 밟았다면? ‘고치면 되지 뭘 눈 부라리냐?’고 따질 일이 아니다. 정중하게 사과하라. 그리고 이왕 난 스파이크 자국은 아무나 고쳐도 된다.

       

      아웃오브바운드(OB)가 나면 나가서 치기로 로컬 룰을 정할 때도 오해 살 일이 생길 수 있다. 로스트 볼이 날 때도 마찬가지고. 볼이 나간 곳(혹은 사라진 곳)을 확정하는 일이 그렇다. 정확히 어디로 나갔는지(혹은 사라졌는지) 어떻게 판단한다는 말인가? 차라리 한국식 규칙인 OB티가 시비가 없을 판이다. OB가 났다면? 혹은 로스트 볼이 날 것 같다면? 낙담하는 중에도 꼭 가늠하라. 어디쯤으로 볼이 갔는지. 샷 한 직후 티잉 구역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있을 때 챙기는 것이 낫다. 세컨드 샷 지점으로 나가서야 따지기보다는. 볼이 날아간 자리는 지형지물로 기억하는 것이 좋다. ‘저기 키 큰 나무 살짝 지나서 나갔다’ 하는 식으로 말이다. OB 내놓고 터무니없이 멀리까지 나갔다고 주장하지 마라. 슬라이스가 나면 평균 거리보다 많이 나가던가 적게 나가든가? 물어보나 마나다.

       

      새 규칙으로 플레이를 더 해 보면 매너 얘기가 더 많이 나올 것이 틀림없다. 남은 얘기는 그때 얹어서 하겠다.

       

      김용준 프로(KPGA 경기위원 & 엑스페론골프 부사장)

    • 오늘의 파워링크
    • Today 정보
    • 이시각 관심뉴스
    • Today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