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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7-16 10:17:31, 수정 2019-07-16 11:46:42

    ‘KOREA 대신 테이프’…수영연맹의 무능, 창피함은 선수들의 몫

    •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자국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대한수영연맹의 늑장행정으로 인해 한국 선수단의 등판에는 ‘KOREA’가 아닌 ‘테이프’가 붙었다.

       

      지난 13일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선수권대회 오픈워터 수영 남자 5km 경기에서 백승호의 수영모에는 펜으로 ‘KOREA’가 그려져 있었다. 이튿날 다이빙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선이 열린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선 한국 다이빙 간판 우하람의 등에 ‘KOREA’가 쓰여 있지 않았다. 보통 선수의 유니폼 상의 뒷면에는 영문 국가명이 마크되는데 한국 선수들의 등에는 국가명 대신 은색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낯 뜨거운 사태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수영연맹은 수년간 A사와 후원 계약을 맺어 왔다. 후원 계약 만료는 지난해 말까지였다. 지난해 7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에서 벗어난 수영연맹 새 집행부는 계약 만료보다 이르게 후원사 선정에 나섰다. 그리고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B사를 선정했다. 그런데 지난 5월 이사회가 B사에 부적합 의견을 내고 의결을 뒤집었다. 대회 개막까지 두 달여를 앞둔 시점에 후원사 선정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연맹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일 A사와 재계약을 마쳤다. 대회 개막까지는 단 10일. 엇박자는 예견된 일이었다. 계약이 늦어진 탓에 A사는 대표팀 전용 운동복을 준비하지 못했다. 연맹 역시 FINA 규정을 살펴볼 시간이 없었다. 시중에서 일반 판매 중인 A사 의류를 급하게 조달해 선수단에 공급했다. 그런데 A사의 로고마저 FINA의 광고 규정에 부합하지 않았다. 결국 우하람은 급히 테이프로 로고를 가렸고 테이프가 칠해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섰다.

       

      광주수영대회는 한국에서 처음 열린 세계수영대회다. 경제적 이득뿐 아니라 국가의 위상도 끌어 올릴 수 있는 계기다. 그러나 수영연맹의 늑장행정이 대회 초반부터 민망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국가는 총 194개국. 그 중 주최국이 유일하게 선수단복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제조사 로고를 가리기 위한 임시방편은 도리어 낯 뜨거운 한국 수영의 현실을 대변했다. ‘저비용 고효율’이 아닌 비용과 효율 모두 없는 자화상이나 마찬가지다.

       

      수영연맹은 재정 악화와 집행부의 비리로 지난 2016년 3월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약 2년 간 수장이 없었고 지난해 5월에서야 조직을 재정비했다. 대회 준비까지 1년이란 시간이 있던 상황. 연맹 관계자는 “후원사 선정을 비롯해 대회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연맹의 안일함은 ‘KOREA’를 은색 테이프로 바꿨고, 선수단은 국가명 대신 연맹의 무능함을 등에 달았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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