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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10-21 18:13:59, 수정 2019-10-21 18:14:00

    대형마트가 모두 사라진 날

    전경우 기자의 유통극장
    • 20XX년 어느 날, 대형마트가 사라졌다. ‘일마트’가 먼저 문을 닫았다. 오프라인 매장을 전격적으로 정리하고 온라인체제로 전면적 재편에 들어갔다. ‘혼플러스’가 곧바로 뒤를 이었다. ‘라떼마트’는 동남아시아로 둥지를 옮겼다. 국내산 농산물을 취급하던 ‘두개로마트’도 마찬가지 운명이었다. 식자재를 공급하는 B2B사업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지난봄 대선에서 당선된 ‘나개혁’ 대통령이 대표 공약인 ‘유통산업초선진화법’을 밀어붙인 것이 치명타였다. 매에는 장사가 없었다. 그 맷집 좋던 대형 마트 업계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온라인으로 유통업의 무게중심이 옮겨간 이후 계속된 매출 감소도 발목을 잡았다. 대형마트가 있던 건물은 국가와 지자체가 사들여 ‘5차산업혁명지원센터’가 들어섰다.

      대형마트에 근무하던 직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주요 3개사 정직원만 따져도 무려 5만이 넘었다.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매장 주변으로 형성된 상권이 붕괴하며 인근 자영업자들의 폐점이 이어졌다. 주변 아파트 거래 가격도 폭락했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 한 축이 사라지자 온라인 유통 채널은 초호황을 맞았다. ‘일마트’에서 캐셔로 근무하던 김유통씨는 옛 동료의 소개로 배송업무 일자리를 구했다. 새벽마다 물류센터로 출근하느라 아이들 얼굴 보기가 더 힘들어졌다.

      경부, 중부, 서해안, 외곽순환고속도로 라인을 따라 급격히 늘어난 물류센터는 심각한 교통체증을 불러왔다. 골목마다 배송차량 주정차 문제로 분쟁이 이어졌다. 새벽 배송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밤 10시~자정 사이에 배송을 집중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등장했다.

      무인화된 편의점은 채소와 고기 등 신선식품 판매 강화에 나서며 ‘당장 급한 손님들’을 낚아챘다. 반찬가게를 겸한 편의점이 대세로 자리 잡게 됐다.

      재래시장은 진화를 거듭했다. 천장에는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발전 시설이 들어왔다. 여기서 얻어지는 전기로 냉난방이 가능해져 쾌적한 환경이 조성됐다. 지자체는 재래시장에서 ‘내로 페이’로 장을 보면 인근 공영 주차장 무료 주차 모바일 쿠폰을 지급하기로 했다.

      환경을 개선했지만, 재래시장 매출은 나아지지 않았다. ‘재래식 상품’을 계속 팔았던 탓이다. 소비 패턴이 예전과 달랐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기준이 강화된 이후 소비자들의 밀키트 제품을 선호가 뚜렷해졌다. 옛 ‘일마트’ 계열사가 만든 밀키트와 HMR(가정간편식) 제품이 재래시장 매대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12차까지 이어진 신도시 건설 역시 재래시장에게 치명타였다. 도심재개발은 미쉐린 별을 받은 노포, 지자체 지정문화유산 보호 정책에 부딪혀 지지부진했다. 보상금액은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재래시장을 신도시에 통째로 이전하는 방안도 나왔지만, 신도시 상가 입주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5차산업혁명지원센터’에 재래시장을 이전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지원자는 극히 드물었다.

      그해 가을에는 어김없이 국정감사가 열렸다. 대형 마트가 사라진 이후 온라인 쇼핑 업체들이 ‘동네북’ 역할을 물려받았다. ‘어마존’, ‘날리바바’ 등 외국계 회사 CEO들도 불려나왔다. ‘재벌의 갑질 때문에 골목상권이 어렵다’는 논리와 해묵은 논쟁들이 이어졌다.그해 겨울 '온라인 쇼핑 접속 시간 제한법'이 발의됐다.

       

      생활경제부 차장

      (<유통극장>은 현재에서 착안해 상상해 본 미래 유통업계의 가상 시나리오입니다. 등장하는 업체와 기관, 개인의 이름은 모두 사실이 아닌 허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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