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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량만에 찾아온 봄날… 문학이 흐르는 장흥으로 떠나요

입력 : 2020-02-23 18:07:46 수정 : 2020-02-23 18: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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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진 장흥 문학관광기행특구’ 지정 / 천관문학관, 장흥 출신 문인 작품 전시 / 12.5km에 걸쳐 이청준·한승원 문학길 / 득량만 먹을거리 풍성… ‘장흥삼합’ 유명 / ‘동양의 3보림’ 보림사 등 볼거리도 많아

[장흥=글·사진 전경우 기자] 전남 장흥 사람들은 ‘자흥’이라는 표현이 익숙하다. 통영이 ‘토영’이고 광양이 ‘관양’인 것과 같다. ‘자흥’은 ‘장흥’보다 듣기에도 훨씬 부드럽다.

올해 ‘자흥’의 봄은 이달 중순부터 시작했다. 유난히 따뜻했던 지난겨울 탓이다. 매화는 꽃망울을 터뜨린 지 오래 됐고, 보리밭 초록 물결이 넘실거린다.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두꺼운 외투가 필요 없는 날씨다.

천관문학관 주변으로 매화가 만개했다.

▲문학이 길게 흥하는 땅

장흥(長興)의 한자를 풀어보면 ‘길게 흥하라’는 뜻이다. 한우도 흥하고 어업도, 관광도 흥하고 있지만, 가장 길게 흥하고 있는 것은 문학이다.

가사문학의 발원지이자 이청준 소설가, 한승원 소설가 등 수많은 현대문학작가를 배출한 고장인 장흥은 ‘정남진 장흥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돼 있다. 장흥군 내의 대덕읍 연지리, 관산읍 삼산리·방촌리, 안양면 기산리 등이 속하는데 면적은 58만㎡ 규모다.

이청준 생가

천관산문학공원을 비롯해 천관문학관, 기양사, 장천재, 탐진강의 정자들, 선학동마을, 남포마을, 송기숙 문학현장, 이청준 문학자리, 이청준의 눈길, 한승원의 달 긷는 집, 한승원 문학 산책로, 회진, 덕도, 신덕리 등등 곳곳에서 장흥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교과서에도 장흥 출신 문학인들의 작품이 많이 실려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이청준 선생의 수필 ‘이야기 서리꾼’과 ‘아름다운 흉터’ 소설 ‘선학동 나그네’, 김녹촌 선생의 동시 ‘겨울 아이들’, ‘들국화’를 비롯해 이대흠 선생의 시 ‘동그라미’ ‘아름다운 위반’ 등이다.

대덕읍에 있는 천관문학관은 장흥출신 문인들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며 다양한 전통 문화체험 공간으로 사전 예약만 하면 관광객, 방문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천년학 촬영지

▲이청준, 한승원 문학길

한승원 문학비를 출발해 한승원 생가, 한재공원, 면 소재지, 천년학 세트장, 선학동(산길), 이청준 생가 및 묘소까지 이어지는 12.5km 코스다.

한승원 생가를 지나 국내 최대의 할미꽃단지가 있는 한재공원에 올라서면 득량만의 넘실거리는 쪽빛 바다와 탁 트인 들녘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 촬영 세트장을 거쳐 3만여 평에 유채와 메밀밭이 조성된 선학동을 거쳐 이청준 생가 및 묘지까지 이어진다.

드론을 띄워 내려다 본 한승원 문학 산책로가 있는 여다지 해변 주위 풍경. 서정적인 느낌으로 가득하다.

▲한승원 해변산책로

소설가 한승원은 ‘포구의 달(1983)’, ‘불의 딸(1983)’, ‘아제아제 바라아제(1985)’, ‘해산 가는 길(1997)’ 등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그는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에 ‘해산토굴’이라는 집을 마련해 생활하고 있다.

토속적인 인간의 삶과 원초적인 생명력, 그리고 한(恨)의 공간으로서의 자연을 그려낸 그의 작품세계는 그의 집필실에서 바라보는 수문(水門) ‘여다지 바다’를 연상시킨다. 한승원 작가의 딸인 한강 작가는 최근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맨부커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정남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득량만 바다와 방조제.

▲득량만

율산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가 득량만이다. 득량만은 장흥과 고흥을 아우르는 넓은 만으로 고흥군·보성군·장흥군 등의 일부 지역으로 둘러싸여 있다.

장흥은 득량만(得粮灣)의 심장에 있다. 글자 그대로 ‘먹을것을 얻는’ 바다 득량만은 자연산 횟감과 낙지, 바지락, 매생이, 김 등 온갖 먹을거리가 쏟아져 나온다. ‘장흥삼합(한우+키조개+표고)’에 들어가는 키조개 관자도 이 바다에서 온다.

장흥삼합

득량만에 속한 안양면 수문천 하구일대의 갯벌은 갯벌 생태계의 생물종 다양성이 매우 높은 습지로 장흥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수문천 하구갯벌 사구에는 갯잔디, 칠면초, 갈대 등의 염생식물 군락지가 넓게 펼쳐져 있으며, 해수와 담수가 교차하는 지역에는 환경부의 보호종인 기수골고동이 서식한다.

보림사 철불

▲보림사·억불산·사자산… 풍성한 장흥의 볼거리

가지산(510m) 보림사는 인도 가지산의 보림사, 중국 가지산의 보림사와 함께 ‘동양의 3보림’으로 불린다. 사찰 경내에는 국보로 지정된 석탑과 석등,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보물로 지정된 동부도, 서부도, 보조선사 창성탑 및 창성탑비 등이 있다. 보림사 뒤편에는 비자림 숲길이 있다. 400년생 비자나무 600여 그루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비자림은 방대한 산림욕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보림사는 주차장에서 경내까지 경사가 하나도 없어 편안한 느낌이 더하다.

장흥삼산으로 꼽히는 사자산 정상 부근 모습.

장흥에는 해발 500m 넘는 산이 8개나 있다. 그 중 사자산(666m)은 제암산(778.5m), 억불산(518m)과 더불어 장흥 삼산으로 꼽히는 명산이다. 산행코스는 여러 개 있는데, 제암산이나 곰재와 연결한 종주코스가 인기다. 산행 기점이 공설공원묘지 주차장인 경우 간재골짜기의 제암산 임도를 따라가다가 간재에 도착한 후 오른쪽의 사자산 꼬리와 패러글라이더 이륙장을 거쳐 사자산 두봉(머리)에 이르게 된다. 패러글라이딩 이륙장 부근까지 차가 올라가는 길이 있다. 정상은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졌으며, 장흥읍내와 남해로 빠져나가는 탐진강이 멀리 내려다보인다.

kw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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