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지원 탈락에서 시즌3 주연 합류
"시즌4, 성장한 문빛나리 지켜봐 주시길"

“이병 문빛나리!”
잔뜩 긴장한 어깨와 꽉 잡힌 군기, 주체할 수 없는 동공의 흔들림까지. ‘신병3’의 김요한이 만든 문빛나리는 시청자 뇌리에 강렬하게 박혔다. ‘김요한’이라는 이름보다도 ‘문빛나리’라는 극중의 이름이 더 익숙해질 정도. 김요한의 디테일한 열연은 시청자에게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데 완전한 성공을 거뒀다.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신병’ 시리즈는 동명의 메가 히트 애니메이션에서 출발했다. 개성 강한 캐릭터에 리얼리티를 극대화한 배우들의 열연, 유쾌한 코미디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현실 공감이 성별, 세대를 불문하고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며 전 시즌 큰 사랑을 받았다.
‘신병3’는 새롭게 등장한 두 신병과 돌아온 성윤모로 인해 비상이 걸린 신화부대의 에피소드를 그렸다. 2022년 시즌1, 2023년 시즌2에 이어 2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다. 김요한은 극 중 문빛나리로 분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사회에선 수재, 군대에선 폐급 신병. 소심한 성격과 저질 체력이 박민석의 신병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다.
작품의 흥행 이후 알아보는 이들도 많아졌다. 지난 9일 만난 김요한은 “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길거리에서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많아졌고, 주변에서도 연락이 많이 온다”고 푸근하게 웃어 보였다.

영상 밖으로 전해질 정도로 늘 즐겁고 신나는 현장이었다. 배우와 제작진이 모여 단체 관람하면서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김요한은 “배우는 늘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을 보기 마련인데, ‘신병3’는 우리가 찍었는데도 재밌었다. 뒷 이야기가 빨리 보고싶다고 입을 모아 말할 정도였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전했다.
최고 시청률 3.6%(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지난달 29일 방송한 최종회 3.3%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같은 시간대의 경쟁작들과 비교해도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다. 인기의 비결을 묻자 “가장 큰 강점은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심오한 내용을 담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만도 않다. 시끄러운 일도 많고, 힘든 현실 속에서 퇴근 후 발 뻗고 보기 딱 좋은 작품이었다고 본다. 캐릭터 자체가 재밌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라고 답했다.
‘군검사 도베르만’(2022)에서 GOP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편상호 일병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요한이다. “이전에도 군인 역할을 해서 이제 (군인 연기는) 없겠구나 싶었는데, 출연할 수 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이유는 또 있었다. ‘신병’ 시즌1 오디션을 지원했으나, 탈락했었기 때문이다. “너무 하고 싶던 작품이었는데, 아쉽지만 열심히 연기하다보니 좋은 인연이 닿아 다시 만난 것 같다”며 “사실 박민석과 비슷한 느낌도 있어서 안 될 거라 생각했는데 연락이 와서 기뻤다”고 돌아봤다.
연재 당시부터 원작을 챙겨본 열혈 팬이다. ‘신병3’ 합류 소식이 꿈 같이 느껴진 이유다. 다만 앞선 두 시즌을 함께한 출연진 사이에 ‘신병’으로 합류한다는 부담도 뒤따랐다. “딱히 무언가를 하려하지 않았다. 밥도 같이 먹고 대화하고 운동도 같이 했다”며 “촬영장 지하에 목욕탕이 있어 목욕도 같이 하고 동거동락하다보니 금새 친해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미 구축된 상황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게 축복이었다. 잘 스며들어 융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임했다”고 부연했다.

극 중 박민석은 펄쩍 뛰며 부인했지만, 신병 문빛나리를 보고 있자면 신병 시절 박민석이 떠올랐다. 문빛나리의 시그니처가 된 빨간 안경은 김민호(박민석 역)의 아이디어로 탄생됐다. “안경 자체로 사람 이미지가 달라지더라. 띨빵해 보이기도 하고, 공부 잘 하는 아이 같기도 했다. 빨간색은 강렬해서였다. 1차원적으로 접근했다”고 전했다.
‘신병’은 군 복무를 착실히 마친 배우들을 통해 하이퍼리얼리즘을 가능하게 했다. 김요한 역시 육군 병장 만기전역으로 누구보다 군대에 대한 추억이 많았다. 2014년 입대해 2012년 배경의 ‘신병3’과 비슷한 시기를 보냈다. 강원도 화천 이기자 보대에서 포병으로 복무한 그는 “나도 군대를 갔다왔으니 신병으로 들어갔을 때를 복기시키려 노력했다. 군대에서 쓴 일기와 사진을 찾아보기도 했다”고 답했다.
“군인들에게 물으면 ‘빨리 나가고 싶다’는 이야기뿐일 거예요. 일기장을 보면 당시의 긴장과 힘듦이 적혀 있어요. 일기를 보며 행정반의 위치, 일어난 사건 들을 상기해봤죠. 아버지 세대부터 계속해서 ‘요즘 군대가 군대냐’라는 말이 있었잖아요. 모든 게 ‘라떼’ 이야기죠.”
실제 군 생활은 어떤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요한은 “하자면 끝도 없다. 진짜로 이야기 해도 되느냐”고 반문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삽과 곡괭이를 가지고 공사했던 일화, 비오면 수로를 만들고 비가 그치면 땅을 메우던 일화, 주먹밥을 싸서 산을 밀어 포병의 임무를 다하던 일화 등을 쉬지 않고 읊었다. 그는 “상의 탈의하고 운동장을 뛰니까 실제 군 생활이 떠오르더라. 사람 몸이 신기한게, 옷을 벗으면 정말 추운데, 2km쯤 뛰다보면 몸데서 열이 나고 땀이 흐른다”고 회상했다.

실제 군 생활 중에는 15kg가 감량될 만큼 힘든 시기를 겪었다. “적응하기도 힘들고 일을 많이 시키는 게 일병이다. 일병 때 15kg 정도가 빠지고, 군 생활에 익숙해지고 편해지니 다시 살이 쪘다”고 고백했다. 외향적인 성격 탓에 체육대회를 열면 장기자랑에 나가 춤을 췄다. ‘신병3’ 홍보를 위한 각종 밈과 댄스 챌린지도 단골 출연자로 나섰다.
긴장한 얼굴, 떨리는 동공, 더듬는 말투까지 디테일한 요소를 놓치지 않았다. 문빛나리를 보고 있자며 답답하면서도 짠한 감정이 절로 느껴졌다. 군 생활 적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문빛나리는 여기저기서 사고를 쳤다. 최일구(남태우)의 전투복 세탁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분리수거 도중엔 화재가 발생한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문빛나리는 군화 끈을 빼들고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를 구제한건 ‘선배 폐급’ 성윤모(김현규)였다. 다급히 군화 끈을 숨긴 문빛나리는 뜻밖의 위로에 눈시울을 붉혔다.
흔히 ‘폐급’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김요한이 바라본 문빛나리는 ‘폐급’은 아니였다. “일반적으로 폐급은 일하지 않으려 도망다니는 ‘월급 루팡’ 같은 사람”이라며 “문빛나리는 자의적인 게 아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려 하지만 결과가 안 좋을 뿐이었다. 꾀를 부리거나 숨은 적이 없다”고 애정을 보였다. 이어 “나쁜 결과가 겹치다 보니 정말 자신의 잘못인가 생각해 극단적 선택을 하려 하지만 선임들이 토닥여준다. 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공동체에 융화되는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신병 두 시즌이 원작을 각색해 드라마화했다면, 시즌3는 원작의 인물과 배경을 기반으로 변주를 거쳤다. 두 신병 문빛나리와 전세계(김동준)는 작가에 의해 창작된 인물이다. 신병3의 방영 도중 시즌4 제작도 확정됐다. 이제 선임이 되어 신병을 받게 될 문빛나리의 모습이 기대되는 바다. 김요한은 “제작 소식이 들리면 바로 머리를 깎겠다”고 열의를 드러냈다. “이등병 때는 적응이 안될 때지만, 이병 때는 살도 빠질 것 같다. 새로운 신병이 오면 후임을 가르치고 책임 져야하는 선임이 될 것”이라고 변화를 예고했다.
‘신병3’는 배우 김요한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문빛나리는 가능성이 많은 캐릭터다.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성장 과정을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하면서 “주변에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큰 복이다. ‘신병3’로 좋은 동료들을 감독님을 만나서 더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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