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만의 속도로 계속 도전하겠습니다.”
박지현(토코마나와)의 2번째 도전이 시작된다. 한국 여자농구 간판 박지현은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 진출에 도전하며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 리그에서 뛰었다. 자유 의지로 택한 ‘홀로서기’였으나, 타지 생활은 역시 쉽지 않았다. 낯선 풍경과 다른 생활 방식,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다시 뉴질랜드로 향한다. 지난 1년간 쌓은 경험은 돈 주고도 사지 못하는 배움의 시간이었기 때문. 그는 “이번 시즌엔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다”고 당차게 외치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자프로농구(WKBL)를 제패한 뒤 모험을 떠났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한 박지현은 6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 신인상과 베스트5 등 7개의 개인 트로피를 차지했다. 박지현의 매서운 성장세에 선배 김단비(우리은행)는 “박지현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리그 최고의 대우는 떼놓은 당상. 하지만 도전을 외치며 해외 무대로 향했다.
한 시즌 동안 입은 유니폼만 3개다. 뱅크스타운(호주 2부·3개월), 토코마나와(뉴질랜드·3개월), 마요르카 팔마(스페인 2부·5개월)를 거치는 혹독한 1년을 보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박지현의 눈빛은 반짝였다. 그는 “1년 동안 정말 다양한, 새로운 경험을 해서 많이 배웠다”며 “농구는 분명 하나지만, 리그별로 색깔이 확연하게 다르다. 모든 부분이 새로웠다”고 미소 지었다.

물론 어려운 점도 많았다. 수시로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기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박지현은 “우리은행에선 항상 언니들과 같이 뛰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내가 ‘용병(외국인 선수)’이었고 팀을 이끄는 역할을 맡아야했다. 언니들 생각도 나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어렵기도 새롭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팀 생활은 보통 출퇴근 시스템으로, 끼니를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지현은 “프로에서뿐만 아니라 학생 때도 합숙 생활을 해오다 보니 직접 음식을 해먹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해외에선 스스로 차려 먹는 날이 더 많다. 쉽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경험이라 오히려 좋았다. 음식 솜씨가 조금은 늘었다”고 웃었다.

이미 첫 번째 목표는 이뤘다. 사실 박지현의 목표는 도전 그 자체였다. 그는 “모든 우여곡절도 다 경험하고 싶어서 해외에 나왔다. 이미 목표는 이룬 셈이다. 뚜렷한 목표들이 줄지어 있다. 두 번째 목표는 더 큰 무대인 호주 리그 진출”이라며 미소 지었다.
사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무거운 책임감이 따른다. 박지현의 발자취를 좇는 꿈나무들이 점점 늘어난다. 2025~2026 WKBL 신인드래프트 1순위 출신 이가현(신한은행)도 박지현을 롤모델로 꼽았다. 이에 박지현은 “내가 더 잘할수록, 좋게 봐주는 선수들이 늘어날수록 행동 하나하나에 책임감이 따른다. 나를 보고 영향을 받을 수도, 따라 도전할 수도 있으니 항상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며 “후배들에겐 좋은 영향만 주고 싶다. 이번 시즌도 잘하고 돌아오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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