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수선했던 수원의 그라운드, 마지막까지 기어코 리드를 놓치지 않은 LG가 밝게 웃었다.
프로야구 LG는 1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원정 맞대결에서 10-6 승리를 거뒀다. 2연승과 함께 시즌 81번째 승리(3무30패)를 신고한 LG는 2위 한화와의 격차를 3경기로 유지한 것은 물론, 페넌트레이스 우승 확정을 위한 매직넘버를 8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판이다. 경기의 흐름을 쥐고 흔든 날씨 변수 때문이다. 이날 수원KT위즈파크는 경기 개시 전부터 거센 비가 내리다가, 플레이볼을 앞두고 극적으로 비가 멎으면서 정상 개시를 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재차 빗줄기가 굵어졌고, LG의 2-1 리드 속 3회말이 한창이던 오후 7시16분을 기점으로 경기가 멈춰서야 했다.
긴 기다림의 시작이었다. 1시간 넘게 쏟아진 비가 멎고, 그라운드를 정비해 다시 출발선에 서기까지 무려 107분이 소요됐다. 어깨가 식어버린 양 팀의 선발 투수 손주영(LG)과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KT)가 모두 자취를 감춘 이유이기도 했다.
모두의 루틴이 깨질 대로 깨진 상황. 하지만 ‘1강’ LG의 저력은 그 사소한 이슈로 흔들리지 않았다. 손주영이 2⅔이닝 1실점, 헤이수스가 3이닝 2실점으로 임무를 마치고 시작된 제2의 게임에서 끝까지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4회초 박동원의 1타점 땅볼로 시동을 건 LG는 이어진 6회초에 큼지막한 변곡점을 만들었다. KT 3번째 투수 손동현을 상대로 김현수가 2루타, 오지환이 내야안타로 무사 1·3루 판을 깔았다. 이어 타석에 선 박동원이 초구를 노린 벼락 같은 스리런포로 6-1까지 점수를 벌려내며 승부의 추를 크게 기울였다.
위기는 있었다. 8회말 1사 만루 찬스를 상대에게 내준 끝에 대거 4실점하면서 단숨에 점수 차가 1점까지 줄어버린 것. 하지만 이 마지막 위기마저 돌파했다. 9회초에 방망이가 다시 불탔다. 앞서 1회초에 헤이수스 상대로 선제 솔로포를 터뜨렸던 오스틴 딘이 이번에는 KT 마무리 박영현을 무너뜨리는 솔로포를 더해 멀티홈런 경기를 완성했다. 이어 오지환이 쐐기를 박는 스리런포를 작렬시키며 길었던 승부에 사실상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어진 9회말에도 잠깐의 위기가 있었다. 유영찬이 장진혁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흔들렸으나, 이어 등판한 이지강이 결국 마지막 빗장을 걸어잠그면서 혈투의 마지막을 웃음으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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