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기금은 산업의 심장입니다. 출국납부금 현실화로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재원을 확충하면 국민 부담은 줄고, 외래관광객 3000만 명 유치 목표 달성에도 필요한 지원이 가능해질 것입니다.”(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항에서 길을 묻는 관광안내소, 여행지에서 누구나 이용하는 공중화장실, 지역축제와 관광안전 인력까지. 여행자가 당연하게 누리는 시설 상당수는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운영된다.
이 개발기금에는 출국할 때 내는 출국납부금도 포함됐다. 출국납부금은 본래 1만원이었지만 지난해 7000원으로 인하되면서 연간 1300억 원의 재원이 사라졌다. 그 여파로 안내소 폐쇄, 지역행사 축소, 관광인력 감축 등 현장의 균열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관광산업의 기초 체력을 지키기 위해 출국납부금 ‘현실화’ 논의가 다시 국회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관광기금 줄자 현장에서 ‘조용한 붕괴’ 시작
출국납부금 인하 정책이 관광산업 재정 기반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제도 복원과 현실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커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 학계, 업계 인사들은 최근 ‘출국납부금 현실화 정책 간담회’에서 “관광세 인하가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며 출국납부금 제도의 정상화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간담회는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과 국회관광산업포럼이 공동 주관하고 김교흥·임오경·민형배·박수현·양문석·이기헌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김영훈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김정훈 문화체육관광부 기조실장, 김종훈 한국관광공사 국제마케팅실장,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국회관광산업포럼 공동대표), 이경수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회장, 류광훈 문화관광연구원 박사 등 정부와 학계에서도 참여했다. 심창섭 가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간담회는 윤혜진 경기대 관광개발경영학과 교수의 발제를 중심으로 출국납부금 인하 이후 관광진흥개발기금 축소에 따른 부작용이 논의됐다.
윤 교수에 따르면 출국납부금 감축 이후 한국관광공사 예산은 약 10% 축소, 관광 기반 확충 사업은 80% 가까이 줄었다. 지방 축제·관광안내소 운영 중단, 무장애관광·관광안전 인력 양성 예산 축소 등 현장의 변화도 뚜렷하다.
지역 관광 스타트업 지원 건수는 감소했고, 지자체의 관광진흥 예산은 평균 20% 안팎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 지출은 해외로 빠져나가지만, 국내 관광 회복을 위한 투자 여력은 줄어드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셈이다.
◆“한국만 인하… 국제 경쟁에서 역행”
발제를 맡은 윤혜진 경기대 교수는 한국이 지난 20년간 출국납부금을 사실상 동결하거나 인하해온 유일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일본·베트남 등 주요 관광국이 공항세·관광세를 지속 인상하며 관광역량을 확장한 것과 대조된다는 것이다.
윤혜진 교수는 “출국납부금 인하 이후 연간 약 1400억 원의 재정 축소가 발생했고, 이를 방치할 경우 2030년 기금 적자가 1조1396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크지 않았다. 윤 교수는 “출국납부금은 헌법재판소가 합헌으로 확인한 특별 부담금”이라며 “기금 사용처 공개와 납부자 체감 편익 확대가 제도 신뢰 회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원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납부자 체감 편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토론도 열렸다. 이훈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이날 토론에서는 출국납부금 인하의 역효과를 지적하고, 금액 현실화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금액 조정과 감면 기준 개편이 향후 논의의 핵심이라고 정리했다.
임오경 의원은 “해외 주요국은 입·출국세를 인상하는데 한국은 역행하고 있다”며 “연령·좌석 기준 등 합리적 감면 재설계를 통해 국민 설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문석 의원도 “필요성과 합헌성엔 이견이 없다”며 “액수(1만5000~2만원대)와 감면 범위 조정이 쟁점으로, 법안심사소위에서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훈 교수는 “단기 체감효과는 미미하지만 인하로 인해 지역 관광 투자가 위축돼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현실화는 인상 논쟁 아니라 지속가능성 문제”
이에 대해 이경수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회장은 “납부금 인하 후 지자체 관광진흥 예산이 평균 20% 줄며 지역 관광사업 중단·축소가 잇따랐다”고 현장 체감을 전했다.
정부와 학계도 현실화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 김정훈 기조실장은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축소가 정책 집행력 약화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광기금은 전체 관광재정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핵심 재원이 출국납부금”이라며 “재원이 줄면 위기 대응과 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 수단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출국납부금은 1997년 도입 이후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채 오히려 인하됐다”며 “해외 주요 아웃바운드 국가의 출국세 평균은 약 2만9000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물가상승률과 해외 주요국 출국세 평균(약 3만 원)을 감안해 적정 수준을 산정하고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종훈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실장은 “일본은 출국세를 3000~5000엔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홍콩은 최근 관련 세금을 67% 올렸다. 태국 역시 추가 입국세 도입을 논의 중”이라며 “관광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 수요는 정책 기반 위에서 움직인다”며 “가격 장벽 우려는 과도하게 부각되고 있다. 최소한의 전략 재원 확보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류광훈 문화관광연구원 박사는 “감면 폭을 넓히면 납부·검증 절차가 복잡해진다”며 “좌석 보유 여부, 좌석 등급 기준 등을 접목해 간결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김영훈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가능하면 11월 상정, 연내 처리를 목표로 냉년 예산에 반영하겠다”며 “금액 고정 외에 공항이용료 연동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영화발전기금 복원처럼 관광기금도 원상회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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