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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두린이 출신 야전사령관 박찬호의 외침 “솔선수범해야죠!”

입력 : 2025-11-18 17:30:01 수정 : 2025-11-18 18: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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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온 곳을 누비던 이종욱부터, 손시헌과 고영민으로 이어지는 키스톤 콤비의 물 샐 틈 없던 명품 수비까지.

 

2000년대 잠실 야구장을 수놓았던 풍경들 중 하나다.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던 한 ‘두린이(두산+어린이)’는 그렇게 야구에 빠져들었다. 예상이나 했을까. 자기 자신이 먼 훗날 곰 군단의 일원이 될 줄은.

 

프로야구 두산은 18일 “자유계약(FA) 내야수 박찬호와 4년 최대 80억원(계약금 50억·연봉 총 28억·인센티브 2억)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최대어’라는 수식어답게 스토브리그 1호 계약은 물론, 대형 규모를 자랑한다. 보장 액수만 78억원에 달한다.

 

구단의 열정이 선수의 마음을 흔들었다. FA 시장 개장 시각인 9일 자정, 곧바로 박찬호에게 연락을 넣었다는 후문이다. 두산 측 관계자들은 유니폼을 선수 본인과 부모님과 아내, 자녀 것까지 준비해 찾아왔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이때를 떠올린 박찬호는 “사실 많이 놀랐다”며 “얼떨떨하면서도 꿈만 같은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FA 시장 개장하자마자 연락이 오고, 직접 찾아와 주는 경험은 선수로서 정말 특별한 일이다. 선배들께 말로만 듣던 일이 내게도 일어났다.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관심을 보인 구단은 두산뿐만이 아니었다. 고민 끝에 마음이 향했다. 어린 시절 두산의 야구를 보면서 꿈을 키워왔다. “가장 마음이 동했던 건 두린이 기억 때문이었다”며 “그 시절 허슬과 끈질기게 파고드는 플레이, 그게 야구 인생의 모토가 됐다”는 게 박찬호의 설명이다.

 

동경하던 이름들도 수두룩하다. “이종욱(현 삼성), 손시헌(두산), 고영민(현 KIA) 코치님들의 현역 시절 플레이를 정말 동경했다. 그분들께서 보여준 ‘허슬두’를 참조해서 나만의 야구 색깔을 조금씩 채워나갔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팀을 옮긴 만큼 등번호도 관심사다. 박찬호는 KIA에서 46번, 4번, 25번, 1번 등을 차례로 달았다. 그중에서도 지난 2022년부터 4년 동안 함께했던 숫자 ‘1’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다. 다만 두산에선 임자가 있다. 우완 사이드암 필승조 박치국의 등번호다.

 

“선호하는 번호가 있긴 하지만, 고집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운을 뗀 박찬호는 “대화만 살짝 나눠보겠다. 양보받는다면 선물은 당연한 것이고, 가장 중요한 건 등번호의 원래 주인인 (박)치국의 생각이다. 무조건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한 살 터울인 투수 최원준과의 재회를 기다린다. 유년기부터 인연이 있었다. 유소년 때 무대가 서울권이라는 공통분모다. 1995년생인 박찬호는 신답초-건대부중-장충고를 거쳤고, 최원준은 수유초-신일중-신일고(-동국대)의 길을 걸었다.

 

정규리그 도중 두 사람이 티격태격 장난을 주고받는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재발굴되는 등 화제를 끌기도 했다.

 

최원준 역시 올겨울 FA 자격을 얻었다. 두산 입장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집토끼’ 가운데 한 명이다. 박찬호는 “(최)원준이 형과는 어릴 때부터 같은 지역에서 야구를 했던 사이다. 두산에 잔류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걸린 기대만큼이나 스스로 느끼는 책임감도 막중할 터. 주전 유격수 이상의 역할이 필요하다. 내야를 이끌 야전사령관, 젊은 선수들에겐 기준과 모범이 될 선배, 그리고 허슬두 정신을 부활시킬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박찬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솔선수범하고 싶다. 빨리 친해지면서 다들 어떤 성향인지 알고 싶다. 먼저 앞장서겠다. 나부터 움직인다면 동생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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