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째 이어진 빈뇨와 하복부 통증으로 생활 전반이 흔들린 49세 여성 김 모 씨는 오랜 기간 ‘단순 방광염’이라는 진단만 반복해 들었다. 항생제 치료에도 나아지지 않는 통증, 밤마다 여러 차례 깨어나는 불편함은 일상을 무너뜨렸다. 결국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간질서 방광염’이라는 질환 가능성을 처음 접했다. 이후 비뇨의학과 전문의 진료를 통해서야 정확한 진단에 도달할 수 있었다.
간질성 방광염(Interstitial Cystitis)은 만성 방광 통증과 배뇨장애가 특징적인 질환이다. 이름 때문에 신경계 질환을 떠올리는 경우가 있으나, 여기서 ‘간질(間質)’은 방광점막과 점막하층 사이 구조를 뜻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 기준 이는 주로 40~60대 여성에서 많이 나타나고 전체 환자의 약 90%가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환자의 경우 전립선염과 증상이 겹쳐 오진 되는 일이 적지 않다.
가장 두드러지는 증상은 방광이 차면 통증이 심해지고, 배뇨 후 통증이 줄어드는 양상이다. 하루 수차례 반복되는 통증-완화 사이클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연구에 따르면 정상 성인의 1회 배뇨량이 평균 250mL 이상인 반면, 간질성 방광염 환자는 평균 75mL 전후에 그친다는 보고가 있다.
증상만 보면 과민성 방광과 혼동하기 쉽지만 두 질환은 확실한 차이가 있다. 과민성 방광은 절박뇨로 인해 소변을 참기 힘든 것이 중심 증상이라면, 간질성 방광염은 통증 때문에 배뇨를 서둘러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진료실에서는 ‘소변을 참기 어려워 힘든가, 아니면 참을 때 통증이 올라오는가’라는 질문이 감별의 시작점이 된다.
진단 과정은 단일 검사가 아니라 다양한 질환을 배제(diagnosis of exclusion)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우선 문진을 통해 통증 위치, 배뇨 패턴, 배뇨량을 파악한 뒤 소변검사·배양검사로 세균뇨·농뇨·혈뇨 여부를 확인한다.
여기서 이상이 없다면 감염성 질환 가능성이 줄어들고, 추가적으로 소변 PCR 검사 등을 통해 요도염, 전립선염 등 감별이 필요한 다른 원인을 점검한다.
이후 중요한 단계가 방광 내시경 검사다. 간질성 방광염 환자의 내시경에서는 간혹 점막 아래 미세혈관 파열로 생기는 구상화 병변(glomerulation), 점막에 적갈색 반점이 관찰되는 헌너 궤양(Hunner’s ulcer)이 나타난다. 헌너 궤양은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간질성 방광염을 확정하는 대표적 소견으로 인정된다(EAU Guidelines, 2023). 필요 시 조직 검사를 병행해 유사 질환을 최종적으로 배제한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이러한 병변이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료진의 경험은 진단 정확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통증 양상과 배뇨 기록, 내시경 소견, 배제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호철 골드만비뇨의학과 동탄점 원장은 “간질성 방광염은 증상이 파도처럼 오르내리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단편적인 검사 한 번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통증의 발생 시점, 배뇨 후 완화 여부, 배뇨량 변화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이 진단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장기간 항생제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만성 방광 불편감은 단순 방광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지속되는 빈뇨·골반통·배뇨 시 통증이 수개월 이상 반복된다면, 단순 방광염이나 과민성 방광으로 빨리 단정짓기보다 비뇨의학과 전문의와의 면밀한 상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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