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요? 지금까지 잘 이겨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이들이 있다. ‘롱런’의 가치를 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삼성 외야수 최형우(41)와 두산 포수 양의지(38)다. 변화의 파고 한가운데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는 저력으로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2025년 프로야구는 신예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연말 상(賞) 잔치를 관통한 키워드 역시 ‘젊음’이었다. 팀마다 20대 중심으로 전력이 재편되는 등 리그 전체가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특히 타자 쪽에서는 골든글러브 후보 50명 중 20대가 절반을 넘는 27명일 정도다.
새 얼굴들이 앞다퉈 떠오를수록 오래 버티는 선수들의 무게감은 더 도드라진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정상 자리를 지켜내는 베테랑들에게로 향한다. 지난 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중고참 위치에 선 삼성 외야수 구자욱(32)은 최형우와 양의지의 이름을 꺼내며 “후배들의 성장에 자극받으면서도, 선배들이 보여주는 꾸준함에서 더 큰 동력을 얻는다”고 전했다.
이어 “리그에서 좋은 선수들이 끊임없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그런데도 (최)형우 선배와 (양)의지 형이 이렇게 오랫동안 상을 받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두 노장은 올해 빼어난 성과를 남겼다. 최형우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 전 소속팀 KIA에서 맹활약, 86타점과 OPS(출루율+장타율) 0.928 모두 팀 1위를 마크했다. 지명타자 부문 최고 선수로도 인정받았다. 개인 통산 9번째이자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품었고, 41세11개월23일로 자신이 보유했던 최고령 수상 기록(40세11개월27일)까지 스스로 경신했다.
타율 0.337로 KBO리그 사상 최초로 포수 타격왕 2회 등극을 일군 양의지도 빼놓을 수 없다. 개인 통산 10번째 골든글러브를 품으면서 이승엽 요미우리 자이언츠 코치가 가진 역대 최다 수상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포수 골든글러브를 9차례 품어 단일 포지션 최다 수상 기록도 새로 썼다. 다만 구자욱이 말한 ‘이유’는 단순 성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숫자 뒤에 숨은 철저한 준비와 태도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해마다 달라지는 몸 상태를 체크하며 루틴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긴 시즌 컨디션이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잘했다고 들뜨지 않고, 못했다고 끙끙대지 않는 마음가짐이 더해진다.
최형우도 고개를 끄덕인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는 긴 커리어를 유지하는 비결을 두고 “그날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다음 날이면 리셋한다”며 평정심을 강조했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항상 나이와 싸운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잘 이겨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양의지는 내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11번째 골든글러브 수확이다. 새로 마련한 트로피 진열장엔 이미 다음 자리를 준비 중이다. “예쁘게 꾸며놨는데, 아직 더 들어갈 공간이 있다. 곧 마흔인데, 나 역시 나이와 싸우고 있다. 형우 형보다 조금 더 오래 뛰고 싶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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