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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별이 된 김지미, 700편 작품 출연한 영화계 산증인

입력 : 2025-12-10 15:29:25 수정 : 2025-12-10 18: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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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지미. 뉴시스 제공

 수백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원로 영화배우 김지미(본명 김명자)가 별세했다. 향년 85세.

 

 10일 영화계에 따르면 김지미는 최근 대상포진으로 건강이 악화돼 미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1940년 충남 대덕군에서 태어난 김지미는 덕성여고 재학 시절인 1957년 17세 시절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했다. 당시 아버지를 만나러 명동에 나갔던 김지미는 김기영 감독 눈에 들며 길거리 캐스팅됐다.

 

 이듬해 서울신문 인기 연재소설인 박계주 원작의 별아 내 가슴에(1958)를 홍성기 감독과 함께 작업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김지미는 비 오는 날의 오후 3시(1959), 장희빈(1961)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전성기를 보냈다. 1960년대에는 1년에 20편 이상, 많게는 34편까지 겹치기 출연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1970∼80년대에도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존재감을 나타냈다. 당시 영화 산업이 발전하며 수많은 신인들이 등장했지만 김지미는 장기간 주연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또 김기영·김수용·임권택 감독 등 당대 최고 감독들과 작업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명자 아끼꼬 쏘냐(1992)를 마지막으로 35년 동안 공식 기록으로 남아 있는 출연 작품만 363편에 이른다. 다만 유실된 작품들이 워낙 많아 700편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지미가 오랜 기간 동안 대표 배우로 활동한 이유는 빼어난 외모와 독보적인 분위기 덕분이었다. 서구적인 외모로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라는 별명이 붙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지미필름을 설립해 영화 제작에도 눈을 돌렸다. 제작자로서 영향력을 확대해 임권택 감독의 티켓(1986)을 비롯한 7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1990년대까지 왕성한 활동을 했지만 영화인들의 권유로 영화인협회 이사장,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대위 공동위원장,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등 행정 분야에도 힘썼다.

 

 김지미는 2002년 영화진흥위원회 내외의 갈등으로 위원 자리를 내려놓은 이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2010년에는 화려한 여배우라는 이름으로 영화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대종상 여우주연상, 파나마국제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014년 제15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공로상, 2016년 제7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2019년 제9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공로예술인부문을 수상했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만큼 스크린 밖에서의 삶도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1980년대에 여러 영화 배역 러브콜을 마다하고, 지미필름을 설립해 제작자로 나서는 등 한국영화계 발전에 힘쓰며 여장부로 통한 삶과 겹쳐진다. 이런 점들로 인해 신여성의 이미지가 강했던 김지미는 네 번의 결혼과 이혼에도 가십으로 소비되지 않았다. 결혼, 이혼 과정의 스캔들 모두 영화 같았다.

 

  자신을 스타덤에 올린 홍성기 감독과 1960년 결혼해 4년 만에 파경을 맞은 고인은 당대 인기 배우 최무룡과 재혼하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962년 유부남이었던 최무룡을 이혼시킨 장본인으로 지목돼 거액의 위자료를 물었다. 이후 두 사람은 1969년까지 부부로 살았다. 김지미의 세 번째 남편은 올해 초 은퇴한 나훈아다. 11세 연하인 나훈아와 결혼 역시 최무룡과 재혼 이상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나훈아 팬 사이에선 김지미가 출연하는 영화 관람 반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훈아와 이혼한 이후인 1991년엔 자신의 부모 주치의였던 심장병 전문의와 네번째 결혼했다. 이들 부부은 10년 만인 2001년 1월 이혼도장을 찍었다.

 

 김지미는 최근 공식 석상이었던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우로서, 인생으로서 종착역에 가까워진다. 여러분 가슴 속에 영원히 저를 간직해주시면 고맙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권기범 기자 polestar17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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