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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세상 비틀어보기] 누명벗은 '자이언트', 김명민은 피해자

입력 : 2010-12-10 17:18:27 수정 : 2010-12-10 17: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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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자이언트’가 높은 관심 속에 종영됐다. 12월7일 방송된 마지막 60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 40.1%(TNms)를 기록했다. ‘자이언트’를 보는 미디어의 반응은 만장일치 찬사에 가까웠다.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격변의 시대상을 담아내면서 적절한 정치적 풍자로 특히 성인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었다는 평가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올해 한국 방송가에서 만들어진 ‘최고의 반전’이다. ‘자이언트’는 방영 전에 ‘절대로 만들어져서는 안 되는 드라마’라고까지 낙인찍혔다. 드라마는 1970~80년대 경제 개발이 이뤄진 서울 강남 지역 개발을 배경으로 건설현장에서 성공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기획의도를 공개했다. 이 한 줄의 카피만 가지고서도 ‘이명박 대통령 미화 드라마’라는 루머가 퍼졌다. 파문을 크게 전파하며 여론을 호도한 것은 좌편향 미디어들이었다.

 1월26일 미디어오늘은 ‘SBS 드라마 ‘자이언트’ 방영 전부터 논란’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SBS에서 오는 4월 방영될 드라마 ‘자이언트’가 전파를 타기도 전 논란에 휩싸였다. 1970~1990년대 건설 현장을 무대로 성공을 추구하는 남성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하며 “방송사 드라마들이 친정부 성향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1월22일 오마이뉴스는 한술 더 떴다. ‘자이언트, 제2의 유인촌은 만들지 마라’라는 평론을 내보냈다. “‘자이언트’는 과거 현대건설의 사장을 지냈던 이명박 대통령이 주인공”이라고 확신하며 “‘자이언트’의 방영기간은 6월에 열리는 지방선거와 시기적절하게 맞물린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권의 노림수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라고 음모론에 가까운 주장을 펼쳤다.

  문제는 이런 ‘아님 말고’식 ‘자이언트’ 비방에는 명백한 피해자가 따랐다는 점이다. 애초 ‘자이언트’ 주인공으로 제안을 받았던 배우 김명민이다. 김명민이 ‘자이언트’ 주인공으로 제안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좌편향 언론과 네티즌들은 말 그대로 ‘불 같이’ 일어났다. 김명민은 ‘하얀 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에서의 열연으로 인터넷을 주로 사용하는 20~30대에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배우 중 한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명박 대통령을 미화‘할 듯한’ 드라마에 출연한다면, 그 영향은 무시할 없는 수준이 되리라는 ‘공포’가 일었던 셈이다.

 당시 다음 아고라에서는 ‘김명민 자이언트 출연반대 청원’ 서명운동까지 진행했다. “김명민이라는 훌륭한 배우가 이런 어용드라마에 나와서 한방에 훅 가는 모습을 절대 보고 싶지 않기에 청원을 합니다”라고 적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번지자 ‘자이언트’ 연출자 유인식PD는 디시인사이드 김명민 갤러리에 글을 올려 “방송이 개시되면 선입견은 자연히 불식되리라 믿고 있지만 사력을 다해 준비하고 있던 드라마가 실체도 없는 소문 때문에 매도당하는 것이 무척 가슴이 아픈 것이 사실이다. ‘자이언트’는 결코 그런 드라마가 아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결국 김명민의 캐스팅은 무산됐다. 부담을 느낀 김명민이 ‘자이언트’를 고사하고 영화 ‘파괴된 사나이’에 출연하는 것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김명민의 대타로 거론되던 최철호까지도 드라마 출연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제작진은 우여곡절 끝에 이범수를 캐스팅해 촬영을 시작했다. 그러자 좌편향 네티즌들은 출연이 확정된 배우들에게 여지없이 욕설 댓글을 퍼부어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자이언트’에 출연한 배우들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확실한 흥행작을 추가하게 됐다. 이범수를 비롯해 정보석, 이덕화 등 출연배우들은 연말 SBS 연기대상에서 주요 상을 휩쓸 것이 확실시 된다. 그러는 동안 김명민의 ‘파괴된 사나이’는 미지근한 흥행결과만을 남겼고, TV드라마 연속 성공의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자이언트’가 성공하자 방영 전 비방을 일삼았던 네티즌들 분위기도 당연히 바뀌었다. ‘자이언트’ 논란을 주도했던 디시인사이드, MLB파크 등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오해해서 미안한 ‘자이언트’” “이렇게 재미있는 드라마인데 보기도 전에 무작정 MB드라마라고 까대기만 했었는데 반성한다” “네티즌들이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설레발 친거다”라는 등 반성(?)하는 글들이 수도 없이 올라오고 있다.

 ‘자이언트’ 유인식PD는 드라마가 종영되고서야 “우리 드라마는 방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근거 없는 루머에 시달려야 했고, 그로 인한 선입견 때문에 일단 외면하는 다수의 시청자들이 있었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그러면서 “그런 종류의 선입견은 우리가 입으로 떠들어서 해결할 수 있는 바가 아니라 오로지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내용으로 불식시키는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나에게 그 과정은 아득하고 외롭게만 느껴졌다. 이러다가 영영 기획 의도는 왜곡되고 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번 ‘자이언트’ 사건은 우파 정권과 대중문화산업과의 만남에 가히 신경증적인 반응을 보이는 좌편향 언론과 네티즌들이 실제 대중문화산업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한 예가 되고 있다. 

 김용호 스포츠월드 연예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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