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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통증' 곽경택 감독, "영화는 스케일 싸움? 감성 디테일이 좌우"

입력 : 2011-09-09 17:59:38 수정 : 2011-09-09 17: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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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이정재, 정우성, 주진모, 현빈… 그리고 이번에는 권상우다.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배우들은 곽경택 감독을 따른다. ‘친구’부터 ‘사랑’까지 그의 영화에는 남성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특별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스타배우들은 곽 감독의 영화를 통해 변신을 꿈꾼다. 인터뷰에서 곽 감독은 “남자배우들이 나와 함께 있으면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더라”고 하면서도 “그래도 여배우들이 좋아하는 감독이 부럽다”며 자상한 미소를 보였다. 여배우들, 이 감독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곽 감독과 만난 권상우는 훌륭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7일 개봉한 영화 ‘통증’에서 권상우는 생애 최고의 연기를 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곽 감독은 “권상우에 대해 다소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실제 작업하니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지 몰랐다. 촬영 현장에서 내내 만족했다. 아무런 불만 없이 작업했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구설 때문에 평가절하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권상우는 남자답고 씩씩하고 솔직하다. 요즘 중국에서 성룡과 함께 영화를 찍고 있다고 하는데, 그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권상우도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배우를 잔뜩 치켜세웠다.

그래도 권상우의 변신은 곽 감독의 노련한 조련 덕분일 터. 곽 감독은 “연출하면서 권상우에게는 별다른 주문을 하지 않았다. ‘대사를 빨리 하지 마!’ 그 정도만 주문 했다. 권상우가 혀 짧은 소리를 한다는 데 그것은 말버릇이다. 혀의 길이와는 상관없다”고 이야기했다. 감독의 이런 생각은 영화에 그대로 반영된다. 극중 동현(정려원)은 남순(권상우)에게 “혀 짧은 소리로”라고 놀리며, 남순이 잠자리에서 “나 혀 길어”라고 보여주는 장면은 웃음을 유발한다. 곽 감독은 “술을 마시는데 권상우가 ‘저 혀 길어요’하며 혀를 길게 빼서 보여줬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시나리오에 반영했는데 권상우가 엄청 좋아하더라. 관객들이 그저 키득거리는 정도로 예상했는데, 그렇게까지 ‘빵’터질 줄은 몰랐다”라고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정려원도 마른 체형이 콤플렉스라고 해서 ‘그러면 너 별명 말라깽이 해라’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곽 감독은 배우의 콤플렉스까지 영화로 품어준다.

영화 공개 후 스포트라이트가 권상우, 정려원 배우들에게만 몰리는 현재 분위기가 혹시 섭섭하지는 않을까. 곽 감독은 “연출자의 가장 큰 미덕은 주연 연기자를 빛나게 해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권상우, 정려원이 칭찬을 받으면 마치 내가 칭찬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신난다”며 “예전에 ‘친구’가 잘 됐을 때 처음에는 행복한지 몰랐다. 그런데 내가 잘됐으면 하는 사람들이 ‘친구’를 통해 축하받는 모습을 보니 너무 행복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따뜻한 감독이니 배우들이 그의 품에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곽 감독에게는 ‘강한 남자 감독’라는 고정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만화가 강풀의 원안을 영화화 한 ‘통증’은 그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 영화를 보면 상처를 가진 남,녀의 감정이 변하는 흐름을 따라가는 연출이 돋보인다. 어찌나 감성적이던지. 이런 지적에 곽 감독은 환하게 웃었다. “‘사랑’이라는 영화를 했는데 곽경택스러운 멜로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본격적인 멜로장르를 해보자는 연출자로서의 욕심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통증’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디테일이다. 사소한 소품하나도 놓치지 않는 곽 감독의 세심한 시각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요즘은 식당 벽 액자에 걸린 시 한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감성이 디테일해졌다”고 하며 “영화는 스케일이 아니다. 디테일의 싸움이다”고 강조했다. “영화 ‘아바타’를 보고서도 카메라 앞에서 날개 짓 하는 공작의 세세한 모습을 보면서 감동의 눈물이 나왔다. 명작이라는 것은 디테일에서 가늠되어진다”고 소신을 말했다.

특별히 ‘아름다운 우리’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곽 감독은 2002년 발생한 제2차 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150억 대작 ‘아름다운 우리’를 연출할 계획이었지만 천안함 사태 등 외부적인 요인이 터지며 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했다. 곽 감독은 “1년 동안 매달렸는데 작품에 정치적 시각이 입혀지고 순수한 의도가 사라져서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며 “취재를 하면서 유족의 가슴 깊은 곳 상처까지 끌어내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영화로 만들어드리지 못해서 너무 죄송하다”며 “꼭 사과를 드리고 싶다”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대한민국에 이런 감독이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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