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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팡테리블] 김고은, "연기 경험? 학교 과제가 전부였어요"

입력 : 2012-04-27 20:37:17 수정 : 2012-04-27 20: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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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휴학 중… 영화 전까진 오디션 경험 '無'
'은교' 역, 처음엔 아버지가 역정내시며 반대
극장가나 안방극장이나 30대 여배우들이 주류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모처럼 오랜만에 주목할 만한 20대 신예 여배우가 탄생했다. 바로 ‘은교’의 타이틀롤을 맡은 김고은(사진)이다.

1991년생으로 이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10학번 김고은이다. 올해 3학년 휴학 중인 이 신예가 한국 영화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초반 마케팅에서 과감한 노출 장면을 연기한 당찬 신인 여배우로 주목받았던 김고은은 막상 시사회를 통해 뚜껑이 열리자 놀라운 내공을 보여준 ‘초신성’으로 급부상 중이다. 하지만 실제 만나본 김고은은 평범한 여대생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작은 가슴 속에 불타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진지한 자세는 절로 숙연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벌써부터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2학년까지 다니고 3학년인데 휴학 중이에요. 영화는 작년에 방학 동안 찍었어요. 연기 경험이요? 수업받으면서 했던 과제가 전부인 걸요. 작품의 장면을 뽑아서 파트너와 연습해서 선보이는 정도죠. 오디션도 아직 봐본 적이 없어요. 학교 선배이신 영화 스태프와 역시 선배님이신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이 저희 과 수업에 자주 참관을 오시긴 해요. 그러다가 기회가 주어졌죠.”

사실 김고은은 숨은 보석에 가깝다. 기획사 연습생 출신도 아닌, 그야말로 야생에 가까운 신인인 것. 하지만 보석이 발하는 광채는 숨길 수 없었다. 김고은이라는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정지우 감독이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첫 날은 촬영 현장에서 몇 가지 질문과 답이 오고갔다. 이튿날 곧바로 오디션을 봤고 며칠 동안 김고은의 고민을 거쳐 최종 은교 역에 낙점이 됐다.

“첫날은 독백 하나도 준비 안된 상황이어서 얼마나 긴장했는데요. 감독님께서 직접 보자고 하셨으니 더욱 그랬죠. 속으로 설마 연기를 보자고 하시진 않겠지 했어요. 다행히 첫 날 그렇게 이야기만 했어요. 그 다음날 독백 하나만 준비해오라고 하셔서 ‘스핏 파이어그릴’이라는 영화의 대사를 준비해갔죠. 그 때까지도 ‘은교’의 여주인공 캐릭터로 절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다 끝날 무렵 ‘은교 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셔서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평소 책을 좋아하지만 서점에서 구입한 후 바로 읽지 않는 편인 김고은. 그로부터 한달 전쯤 영화의 동명원작인 박범신 작가의 ‘은교’라는 책을 사서 곧바로 읽어버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재밌다고 해서 책을 집어들었는데 표지만 보고는 별로 재밌을 것 같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구입해서 웬만하면 꽂아놓고 한 달 아니면 일 년 있다가 읽는데 바로 빠져들었어요. 그리고 만약 영화로 만든다면 은교라는 역할은 정말 힘들겠구나 싶었죠. 제가 읽고 나서 아버지께서 이 책을 읽으셨는데 제가 은교 역에 캐스팅 될 것 같은데 어떡하면 좋겠느냐고 말씀드렸더니 곧바로 안된다고 역정을 내셨죠. 그리고 20분 후 쯤 한참 생각하고 나오신 아버지께서 땅바닥만 보시면서 ‘해도 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원작을 해체해 정지우 감독이 해석하고 역시 박해일을 비롯한 김무열, 김고은이 결론을 내린 영화는 국민 노시인 이적요(박해일) 앞에 나타난 여고생 은교와 이적요의 제자이자 소설가인 서지우(김무열)의 이야기다.

원작도 마찬가지지만 남성의 시선에서 그려낸 은교다. 거기에 숨을 불어넣게 된 김고은의 역할은 크고 막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예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극의 이해도나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나다.

“은교는 너무너무 외로운 아이에요. 그걸 표출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요. 이적요가 처음으로 사랑을 준 인물이죠. 그리고 영화에서 오해를 통해 비롯된 갈등 끝에 그 사랑을 깨닫게 돼죠. 복수심도 있고 상처도 받는 인물이죠.”

이보다 더 자세하게 은교를 설명한 김고은으로부터 감명받지 않을 이가 없었다. 이미 영화를 봤지만 다시 한 번 은교의 시선으로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그 만큼 이 배우가 지닌 내면의 바다는 크고 넓었다. 신인이라는 말을 붙이기 힘들 만큼.

글 한준호 기자, 사진 김재원 인턴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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