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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함께 나눈 30분] 오진호 라이엇게임즈 대표, "열정있는 소박한 회사… 나는 행운아"

입력 : 2012-01-02 20:17:57 수정 : 2012-01-02 20: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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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중심 경영가치 공감… "열정 느끼며 일한다"
"예상 뛰어넘는 안착에 안도… 내부고객도 신경쓸것"
오진호 대표는 '리그오브레전드'(LOL)에 대해 "미래 e스포츠 종목으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우리의 인연은 끝이 없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미국계 게임기업 라이엇게임즈의 아시아 본부. 불과 30평 남짓한 규모인데다, 지사장의 집무실에는 변변한 책꽂이도 보이질 않는다. 중고로 물려받은 책상과 의자, 노트북과 모니터가 고작이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달 한국 온라인 게임계를 강타한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 회사 오진호 대표는 “현재로서는 소박함을 논할 겨를도 없다”고 한다. 오히려 “새롭게 게임과 인연을 맺었는데, 초반 반응이 좋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너스레를 떤다.

◆ 우연은 필연을 낳는다

라이엇게임즈는 게임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인력들이 설립한 회사가 아니다. 브렌던 벡 라이엇게임즈 대표부터 열혈 게임 마니아였다. 오진호 대표 역시 미국 명문 코넬대 경영학 석사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다. SK텔레콤과 이베이 등에서 전략 업무를 담당했다. 오 대표는 “‘한국이 업계에서 1등인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며 “대기업과 컨설팅 업체에서 일했지만, 이젠 열정을 느끼면서 일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게임업과 처음 조우한 곳은 블리자드다. 한국 지사에서 마케팅 상무로 근무하면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정액제 요금을 1만9800원으로 정한 주인공이다. 이 수치는 철저한 데이터 분석으로 도출됐다. 창의가 기반이 되는 게임 업계에서 정확한 분석이 적용되기란 여간 까다롭지 않았지만, 철두철미한 시장조사와 시나리오 분석 후 결과물로 나왔다. 예상은 적중했고 현재 많은 업체들이 가격 결정에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블리자드에서 한국 지사장과 동남아 지역 대표를 지낸 후, 오진호 대표는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라이엇게임즈 경영진을 만났다. 오 대표는 “대표, 부사장과 1시간 넘게 이야기하는데, ‘유저를 중심에 둬야 한다’는 철학이 통했다”고 말했다. 실제 라이엇게임즈는 경영 가치의 첫째로 유저를 꼽는다. 다음으로 데이터 분석 순이다. 그는 이어 “경영자가 직접 팬 미팅에 참석해 유저와 먼저 대화하려는 모습이 감동이었고, (얼마 전) 환불 이슈가 있었을 때도 철저하게 유저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당부한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미국 본사 경영진의 한국 사랑도 오 대표가 라이엇게임즈에 합류하는데 일조했다. 실제 브렌든 벡 대표는 미국 LA 지역 내 한인타운의 PC방을 자주 찾는다. 한국음식도 맛깔나게 잘 먹는다는 게 오 대표의 전언이다. 니콜로 러렌트 부사장의 경우 프랑스계이지만 틈나는 대로 한국에서 맛과 멋을 향유한다. 심지어 고민이 있으면 한국에 들어와 시간을 보낼 정도다. 오 대표는 “본사 직원들은 한국 시장을 독학하거나, 가르쳐 달라 부탁하기도 한다”며 “한국말과 문화를 배우려는 숫자도 많다”고 말했다.

이 연장선에서 오진호 대표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칭한다. 이미 전 세계에서 320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히트작 ‘LOL’을 서비스하고, 본사 경영진이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때문이다. 오 대표는 “경영진과는 뭔가 말이 통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한국에서 서비스하려면 미국과 같아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한국 시장을 믿고 맡기는 점이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 소박하지만 소중한 사람


2∼3개월에 한번씩 본사 임직원들이 방한하면 값싸고 맛있는 고깃집을 탐방하느라 분주해진다. 때로는 수십명이 오는데, 소문난 고깃집에서 돼지고기 ‘흡입’에 열을 올린다고 한다. 경비도 1인당 마실거리를 포함해 2∼3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오진호 대표는 “여느 외국인들이 가지 않는 고깃집을 선호한다”며 “회사 분위기가 참 소박하다”고 한줄로 묘사한다. 식사를 마치면 반드시 PC방으로 발길을 향한다. 오 대표는 현장을 점검하고 게임도 즐기면서 동시에 PC방 업주나 유저 모두와 가까워진다고 귀띔한다.

사훈은 소박함이지만 유저 정책만큼은 이른바 ‘통’이 크다. 오 대표는 “회의 때마다 ‘이게 유저 중심이냐’고 가장 먼저 묻는다”며 “매일 경험하다보니 직원들도 유별난 게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온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따스함이 묻어난다. 라이엇게임즈는 국내 e스포츠 분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전국을 돌며 유저 의견을 경청하고 e스포츠 경기 현장에서도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한국 내 챔피언을 통해 발생하는 6개월간 수익금 전액(500만 달러 가량)은 e스포츠 발전을 위해 사용된다. 새해부터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전략을 수립하고 진행할 계획이다. 외부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을 사회공헌의 하나로 판단하지만, 정작 회사측은 손사레 친다. 오 대표는 “e스포츠를 발전시키기 위한 활동은 사회공헌이 아니고, 업계를 활성화하는 즐거운 일”이라며 “매출이 발생하고 여유가 있을 때 사회공헌을 떠올리지만, 우리는 매출 발생 전부터 심도 있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게임 업계의 사회공헌은 기업과 유저가 함께 참가하면서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심없는 진심은 가치 있는 결실을 맺었다. ‘LOL’은 2011년 12월 열린 ‘WCG 2011’ 참가 종목 중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었다. 공개서비스 전인데도 불구하고, ‘LOL’의 방송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오진호 대표는 “어느 정도 한국 유저가 있는지는 알았는데, 이렇게 반응이 좋을지 깜짝 놀랐다”며 “미래 e스포츠 종목으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시각의 차이에서는 임직원 등 내부 고객을 챙기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으나 이들을 위한 선물도 준비되고 있다. 오 대표는 비좁은 공간에서 밤샘 작업하는 직원들에게 쾌적한 새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요즘 부동산 중개소와 자주 연락(?)한다. 그는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게임 시장에 안착하고 있으니, 이제 편한 마음으로 꼼꼼히 상을 차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수길 기자

◆ 오진호 대표는 누구?
▲1995년 삼성물산 ▲2000년 미국 코넬대학원 경영학 석사
▲2000년 Capgemini Emst & Young Strategy Consulting
▲2001년 SK텔레콤 ▲2004년 이베이/옥션 전략기획실 실장
▲2005년 블리자드코리아 마케팅 상무
▲2008년 블리자드 한국지사장 ▲2010년 블리자드 동남아시아 대표 ▲2011년∼ 라이엇게임즈 아시아(한국 포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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