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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거 리포트] 남태혁, "힘들었던 기억? 성장했던 기억!"

입력 : 2016-01-29 09:00:00 수정 : 2016-01-28 11: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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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전 그때로 돌아가도 다시 도전할 겁니다.”

남태혁(25·kt)은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냉정히 메이저리그 도전에 실패하고 돌아왔다. 눈물 젖은 빵도 먹었고, 외로움에 시달린 불면의 날도 많았다. 미국에서의 생활을 되돌아보면 지긋지긋할 만하다. 부상에 힘겨워했던 기억이 가득하다. 하지만 남태혁은 ‘과거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질문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했다.

2009년 6월 당시 제물포고 3학년 우투우타 내야수 남태혁은 청룡기 대회 직후 LA다저스와 입단계약을 체결하고, 8월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도전의 길을 걸었다. 이후 루키리그에서 활약하다 2012년 토미존 수술을 받고 돌아왔다. 지명회의를 거치지 않고 해외에 진출한 선수는 ‘2년 유예기간’이 필요하고, 남태혁은 그간 군복무를 마쳤다. 그리고 지난해 8월 2차 지명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t에 지명되며 KBO리그 도전을 앞두고 있다.

남태혁은 왜 미국 도전을 선택했나= 미국행 제의는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야구선수에게 메이저리그는 꿈의 무대다. 최근 들어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가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했고, 올 겨울은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 등도 도전에 나섰지만, 과거엔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KBO리그서 활약할 경우, 더 큰 꿈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더욱이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직접 입단 제의가 올 경우, 그 유혹을 떨치기는 어렵다. 남태혁은 “당시 유명 선수들도 진출하기 어려웠는데, 어린 나이에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 기회가 와서 망설이지 않고 결정을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실패는 생각하지 않았고, 남태혁의 머릿속엔 박찬호(은퇴)와 김병현(KIA), 추신수(텍사스)의 성공스토리로 가득했다.

현실의 벽과 좌절, 그리고 부상= 되돌아보면 남태혁은 아쉬운 케이스다. 기량이 아닌 부상에 발목을 잡혀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첫 루키리그에 합류한 뒤 개막전부터 홈런포를 쏘아올렸고, 타율이 4할 가까이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2루로 슬라이딩을 하다 유격수와 충돌, 이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고, 오랜 휴식기 후 첫 시즌을 마감했다. 또 2년차 때는 허벅지 부상으로 상위레벨로 올라가지 못했고, 3년차 때는 팔꿈치 부상이 악화돼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군문제로 인해 구단과 상의한 후 도전의 길을 포기했고 불완전연소한 채로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야했다. 

남태혁은 “사실 구단 지원은 아무 것도 없다. 장비 및 이동수단 등 모든 게 열악하고, 힘들다”며 “모두가 좀 더 큰 무대를 위해 참고 훈련하고 있는 리그”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남태혁의 경우는 환경적인 요소는 참을 만 했다. 어린 나이였고, 의욕도 넘쳤다. 하지만 부상에 장사는 없었고, 남태혁은 “기량이 아닌 부상으로 귀국해 정말 아쉬웠다. 현실적으로 다시 돌아가긴 어렵다는 것을 알아 한국 프로에 입단하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되돌아봤다.

어린 나이의 도전, 극명한 명과암= 남태혁은 미국 생활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힘들고 외로웠지만 그 생활이 야구선수를 넘어 ‘인간 남태혁’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남태혁은 “몸관리나 기술적인 면도 많이 배웠지만, 특히 혼자 생활하면서 모든 것을 처리해야하는 생활이었다. 심리적으로 강해진다”며 “사실 난 환경보단 부상이 컸고, 선수로서 활 수 있는 게 없이 혼자 있어서 많이 외로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린 나이에 미국행에 오르는 선택은 좋을 일일까. 남태혁은 개인의 경험을 떠나 냉정히 장단점을 말해줬다. 일단 자유롭다. 강제적인 팀 스케줄에 얽매여있지 않고, 개인이 훈련하면서 그라운드에서 기량을 검증받는 시스템이다. 미국생활은 철저한 개인주의며 간섭하는 사람도 없다. KBO리그 구단은 한국적인 문화가 녹아있어 프로라곤 해도 코치 및 선배와 정을 나누며 함께 야구를 한다. 운동량 자체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kt에서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를 경험한 남태혁은 “비교도 할 수 없다”혀를 내둘렀다. 서로간 관계가 두텁고, 선수 자원이 부족해 부상을 당해도 구단이 재활을 지원하며 기다려주는 일은 일상이다.

남태혁은 “미국 생활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자유롭고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하지만 반대로 야구는 물론 생활적으로도 방탕해질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래도 남태혁은 도전의 길에 박수를 보냈다. 남태혁은 이 시간 메이저리그 직행을 고민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도전해라, 하지만 기회는 본인이 살려야한다”며 “특히 부상은 핑계일 뿐이다. 몸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고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곁들였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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