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은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출연한 작품 수가 꽤 많다. 자신을 화려하게 드러내기에는 대부분이 독립영화이거나 장편영화라도 단역이지만 이 영화 한 편을 보고 제대로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9세의 나이지만 최근 개봉한 영화 ‘네버다이 버터플라이’(장현상 감독)에서는 전학생이자 고3인 명호 역을 연기하면서 어색하기는 커녕, 캐릭터를 확 살아나게 만드는 놀라운 신공을 보여준다.
‘네버다이 버터플라이’는 빵 셔틀에 갖은 괴롭힘을 당하는 하늘(신재승)이 주인공이다. 그런 하늘에게 구세주처럼 등장한 전학생이자 중학교 동창인 명호가 바로 김태윤이 연기하는 캐릭터다. 미국에 유학갔다가 사고 치고 돌아왔다는 소문만 가득한 명호가 하늘과 친구가 돼주면서 하늘에게는 새로운 고등학교 인생이 시작되는 것. 갖가지 유치찬란한 고교 시절의 추억들이 되살아나면서 역시 현재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얄굿게 잘 그려냈다는 평이다.
특히 명호 역의 김태윤은 주인공을 연기한 신재승과 함께 영화에서 개성 강하면서도 꼭 모두의 학창시절 추억 속에 있을 것만 같은 캐릭터들을 멋지게 부활시킨다. 그리고 신재승은 물론, 김태윤이라는 배우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
김태윤은 1985년 생으로 중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늘 반장을 놓치지 않았던 모범생이었다. 중학교 교장 선생님이 김태윤에게 던진 말 한 마디가 인생을 바꿨다. 바로 진로를 탐색해보라는 주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남에게 뭔가를 주는 습관을 갖고 있었던 김태윤은 교사나 정치인을 생각했다가 TV에서 류시원과 최지우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진실’의 어느 한 장면에서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일종의 감동과 같은 상태였는데 김태윤은 이 때부터 연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혼낼 거라 생각했던 아버지도 흔쾌히 허락했고 그렇게 시작한 연기자에 대한 꿈을 재수를 거쳐 2005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극원에 입학한다.
그렇게 끊임없이 자신의 무한한 내면을 펼쳐내는 김태윤은 웬만한 30∼40대 배우 이상의 넓고 깊은 속마음을 보여줬다. 딱 한 작품이지만 김태윤은 수년 전 하정우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이 엿보였다. 멋도 알고 자신을 깨끗이 백지처럼 만들 줄 아는 배우로서의 원숙한 면모 말이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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