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복덩이다.
남자프로농구 LG는 막바지 치열한 2위 싸움 중이다. KT와 함께 2위 자리를 양분하고 있다. 정규리그가 3경기 남아 삐끗하면 미끄러지는 위태로운 상황 속 전성현마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수장의 시름을 덜어주는 LG 복덩이가 있다. 바로 2년 차 유기상이다.
에이스가 됐다.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시즌부터 날았다. 데뷔 시즌 신인 최다 3점슛 신기록(95개)을 쓰면서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의 주인공이 됐다. 2년 차엔 올스타 투표 1위에 오르면서 프로농구 최고 스타로 등극했다. 기량도 일취월장이다. 시즌 중반 무릎 부상으로 잠시 쉼표를 찍었으나,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한 도약일 뿐이었다.
유기상이 복귀한 LG는 3월 최근 10경기서 7승3패를 기록했다. 슛감은 완전히 물이 올랐다. 이 기간 평균 15.3점 3점슛 3.6개 3점슛 성공률 40.9%를 기록했다. 지난달에 두 경기 연속으로 개인 커리어하이 득점을 경신했다. 지난달 26일 삼성전에서 23점을 올리더니, 바로 다음 경기인 SK전에서 27점을 몰아쳤다.

스승인 조상현 LG 감독도 뛰어넘었다. 지난달 30일 KCC전에서 4경기 연속 3점슛 5개를 성공했다. 조 감독이 현역 시절 두 차례 세웠던 3경기 연속 3점슛 5개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스승도 제자의 도약에 힘을 불어넣었다. 조 감독은 이날 3점슛 4개를 성공하고 벤치에 있던 유기상을 재차 투입해 기록 경신을 독려했다.
흐뭇한 미소를 감출 수가 없다. 조 감독에게 팬들이 유기상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조 감독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제자 자랑을 시작하기 위한 스승의 겸손이었을까. 이어 그는 “(유)기상이는 요즘 애들 같지가 않다. 비시즌에도 시즌 중 훈련 때도 정말 열심히 한다. 늦게까지 나와서 훈련한다. 10시까지 슛을 쏘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의 가치를 자기가 만들어간다”며 “대표팀에서도 엄청 예뻐하시더라. 안준호 한국 농구대표팀 감독님이 훈련 태도나 자세를 보고 칭찬하셨다”고 한참을 설명했다.

수장이 예뻐하는 이유가 있다. 유기상은 플레이오프(PO) 직행을 위한 2위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없다. 다만 급하게 가지 않는다. 유기상은 “아직까진 우리가 2등이고, 분위기가 처질 단계는 아니”라며 “PO에 못 가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좀 더 편하게 가기 위한 여정이다. 부담보다는 즐기자는 마음으로 한번 달려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