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먼즈가 살아나야 KT가 산다.”
가까스로 시리즈 원점을 쟁취했다. 그럼에도 사령탑과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남자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2차전서 한국가스공사를 꺾고 반격에 성공한 KT가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1, 2차전서 장군멍군을 주고받은 가운데 다음 두 경기는 적지인 대구에서 치러진다. 경기력 반등이 당면과제다. 무엇보다 1옵션 외국선수 레이션 해먼즈의 부진은 여전히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해먼즈는 올 시즌 정규리그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내외곽을 두루 오갈 수 있는 포워드 자원이다. 52경기 출전, 평균 28분9초를 뛰어 17.7점 9.6리바운드 1.6어시스트 1.1스틸을 기록했다.
득점의 경우 자밀 워니(SK·22.6점), 앤드류 니콜슨(한국가스공사·21.0점), 코피 코번(삼성·18.3점)에 이어 리그 4위에 올랐다. 그러나 봄 농구 들어 거듭 고개를 떨구고 있다. 주축 선수의 치명적인 부진, 덩달아 KT도 흔들린다.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앞서 홈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서 열린 두 경기에서 평균 24분 16초 동안 4.5점을 올리는 데 그친 것. 12일 1차전의 경우 20분 넘게 뛰면서 야투 성공률이 0%(0/9)다. 자유투를 4차례 시도해 모두 성공한 게 다행일 정도다.
해먼즈의 침묵은 이틀 뒤에도 긴 시간 지속됐다. 14일 같은 곳에서 펼쳐진 2차전, 3쿼터 종료 시점까지 0득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여기서 4쿼터 중반에서야 3점슛을 성공, 기나긴 악순환을 끊어냈다. 현시점 PO 야투 성공률은 단 10%에 불과하다. 정규리그(46.1%)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구 원정서도 고전을 피할 수 없다. 부상을 떨쳐내고 복귀한 2옵션 외국선수 조던 모건이 이번 PO에서만 평균 15분45초를 뛰면서 11점을 올리는 등 분전하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해먼즈의 반등이 KT의 선결과제가 될 전망이다. 송영진 KT 감독은 “해먼즈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패턴이든 뭐든 만들어서라도 (해먼즈를)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가드 허훈 역시 “(팀 전체적으로) PO 경기력이 만족스럽진 않다. 반성과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인사이드 공격이 아쉬운 편인데,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모건 혼자서 다 하고 있다”면서 “외곽 일변도 게임에서 한계를 느꼈다. 내외곽 조화를 이뤄야 한다. 해먼즈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이겨낼 거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팀의 신뢰는 여전히 굳건하다. 송 감독은 “(3, 4차전에서) 해먼즈의 역할을 더 살릴 수 있다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허훈은 “심리적인 부담이 커 보인다. 지금은 누구를 탓하기보다,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를 어떻게 도울지 고민해야 할 때”라며 “해먼즈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같은 팀 포워드 문정현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레이(해먼즈의 애칭) 형은 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원정길 험지에서 약속의 땅을 꿈꿀 수 있을까. 해먼즈가 동료들의 믿음에 응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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